정부는 실손의료보험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을 막아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험업계와 의료업계에선 벌써부터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장 미비점으로 지적되는 게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항목의 표준화다. 실손보험의 가장 큰 문제는 병원이나 의원이 똑같은 진료 행위를 했는데도 진료비가 제각각이라는 데 있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진료와 달리 비급여 진료는 같은 진료 행위라도 명칭 등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도수치료의 경우 병의원의 보험금 청구액은 1000원부터 170만원까지 최대 1700배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보험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도수치료도 성격이 다를 수 있는데, 똑같은 치료비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진료비를 공개하는 비급여 항목을 현재 52개에서 연내 100개로 늘리고 내년 말까지 2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표준화를 통해 병의원별 비급여 진료비를 조사 분석한 뒤 소비자에게 공개해 보험금 과다청구 행위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매년 수십, 수백 가지의 새로운 의료기술이 나오는데 내년까지 200개 비급여 항목만 표준화하는 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체 비급여 항목은 1만6680개에 달한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을 ‘병원급’으로 제한한 것도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점이다. 정부는 현재 종합병원급 이상인 887개 병원에 대해서만 비급여 진료비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내년 4월부터 ‘150병상 이상 병원’ 2041곳을 포함해 총 3739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동네 의원은 대상에서 뺐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관련 과잉진료의 90% 이상은 동네 의원에서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이태명/이지현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