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 수능등급제는 경쟁 완화에 실패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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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호 < 고려대 교수·경제학 >
![[경제논단] 수능등급제는 경쟁 완화에 실패한 제도](https://img.hankyung.com/photo/201612/AA.13009316.1.jpg)
교육부는 수능등급제를 하면서 이 제도가 학생 간 지나친 경쟁을 완화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2점의 변화는 등급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시 교육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등급제를 적용했을 때 2004년 수능의 재수생 응시생 중에 인문계 수험생의 59%, 자연계 수험생의 55%가 전 해에 받은 것과 같은 등급이나 아래 등급을 받을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논단] 수능등급제는 경쟁 완화에 실패한 제도](https://img.hankyung.com/photo/201612/AA.13010586.1.jpg)
저자들은 2008년에 도입된 수능등급제가 경쟁에 미치는 효과를 실증적으로 검증하려고 시도했다. 점수가 오르거나 내렸을 때 등급이 변할 확률은 간발의 점수로 다음 등급으로 넘어갈 수 있었거나 한 단계 낮은 등급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기준점에 걸리는 학생의 분포도로부터 추정했다. 등급변화가 주는 보상의 차이는 이로 인한 진학 대학의 차이와 특정 대학을 졸업한 졸업생의 평균 임금 차이로부터 추정했다. 저자들은 이를 통해 수능등급제 도입 전인 2006~2007년 수능과 2008년 수능에서 각각 치러진 국어와 영어 과목의 경쟁 수준을 비교했다. 그 결과 국어 과목에서 경쟁은 수능등급제 도입 뒤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영어 과목에서의 경쟁은 오히려 강화된 것으로 보였다. 영어 과목에서는 똑같은 노력을 기울여도 기대할 수 있는 보상의 차이가 국어 과목보다 더 적다는 뜻이다.
이 분석은 수능등급제 변화가 2008년 입시 한 번에만 적용돼 관측 횟수가 제한된다는 점 등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 등급제를 도입한 목적이 경쟁 완화만은 아니기 때문에 제도 전체에 대한 평가도 아니다. 그러나 등급제가 의도와 다르게 경쟁을 완화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은 조그마한 논리적 주의만 기울이면 알 수 있다. 모든 제도의 설계에는 그만큼의 주의가 필요하다.
이삼호 < 고려대 교수·경제학 >
◆이 글은 미국 학술지 이코노믹 인쿼리(Economic Inquiry)에 게재된 논문 ‘참가자가 많은 토너먼트 경쟁에서의 노력 유인 측정(Measuring effort incentive in a tournament with many participants)(한치록·강창희·이삼호 공동연구)’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