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재근 한경닷컴 기자 rot0115@hankyung.com
그래픽=이재근 한경닷컴 기자 rot0115@hankyung.com
[ 오정민 기자 ] 유통 '빅3' 계열사인 롯데면세점(호텔롯데)과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디에프가 '3차 면세점 대전'에서 신규 특허를 받았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특허를 잃은 월드타워점(잠실점)을 6개월 만에 다시 열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재도전 끝에 면세점 사업을 따냈다. 신세계그룹은 연이어 신규 특허를 획득, 면세점 업계 3위로 입지를 굳혔다.

반면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 재개장에 실패했고, HDC신라면세점도 새 점포를 얻지 못했다.

△서울 면세점 대기업 특허,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에 돌아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각 사, 한경닷컴 DB)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각 사, 한경닷컴 DB)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17일 대기업이 입찰하는 서울지역 면세점 3곳과 서울·부산·강원 지역 중소·중견기업 사업장 3곳 등 총 6개 사업자에 대한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대기업 대상 신규 특허 3개는 호텔롯데(롯데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현대면세점), 신세계디에프에 돌아갔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공룡'은 면세점 시장에서도 재차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재수생'인 현대면세점이 1000점 만점에 801.50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신규 특허를 따냈다. 지난해 한 차례 실패 후 절치부심한 끝에 신성장 동력인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된 면세점을 구현해 시장에 활력을 주고, 선의의 경쟁을 촉발시켜 면세점 서비스 품질 제고를 통한 관광객의 편의 증진 등 국내 면세점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800.10점으로 근소한 차이로 2위로 밀렸지만 월드타워점(잠실점)을 6개월 만에 다시 열게 됐다.

내년 4월 공식 개장 예정인 월드타워의 미래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사안인 월드타워점이 부활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우선 걱정을 다소 덜게 됐다.

롯데면세점은 발표 직후 "지난 6개월간 월드타워점에서 다시 일하기를 기다리며 불안감을 느끼고 지내온 1300여 명의 직원들이 다시 원래 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게 돼 무엇보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관세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해 국내 관광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방침이다.

신세계디에프는 769.60점을 얻어 지난해 문 연 서울 명동점에 이어 강남에도 점포를 추가하게 됐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새로 특허를 받은 명동점에 이어 서울에 두 번째 점포를 내며 롯데·신라에 이은 국내 3위 면세사업자의 입지를 굳혔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 복합쇼핑몰(하남 스타필드·코엑스몰) 등과 연계하는 '강남벨트' 구축 계획도 탄력을 받게 됐다.

신세계디에프는 "센트럴시티 일대를 개별 관광객 중심지로 만들고 그 수요를 서초, 강남뿐 아니라 전국으로 전파시킬 것" 이라며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차별화된 면세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워커힐면세점 특허를 잃은 SK네트웍스는 탈환에 실패했다. HDC신라면세점도 추가 점포 확정에 실패했다.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특허의 경우 탑시티는 761.03점을 얻어 서울 지역 특허를 따냈다. 부산과 강원 지역에서는 부산면세점(721.07점), 알펜시아(699.65점)가 특허를 가져갔다.

관세청은 심사 공정성 논란 끝에 특허심사 결과 공개범위를 선정기업 명단뿐 아니라 업체의 총점과 세부평가항목별 점수까지 확대했다. 탈락업체들의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관세청은 "탈락기업의 경우 면세점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어 점수가 공개된다면 점수가 기업의 전반적인 평가와 같이 인식돼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잘못된 이미지가 형성된다는 기업 측 우려가 있었다" 며 "점수는 해당 기업에 개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게이트' 의혹 불구 면세점 특허 발표 … 논란 지속될 듯

말 많던 신규 면세점 특허의 주인이 가려졌지만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관세청은 서울 면세점 특허 추가가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혐의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특검·국회 국정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예정대로 심사를 강행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대기업집단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기업 총수들의 대통령 독대가 면세점 특허와 관련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국회에서 통과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뇌물죄 혐의의 근거로 면세점 의혹이 적시되기도 했다. 야권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관세청, 정부에 서울 면세점 특허 입찰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의혹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이 특허를 받아가면서 공정성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만약 신규 특허와 최순실 게이트 연루 혐의가 확인될 경우 추가적인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관세청은 검찰 수사 등에도 불구하고 특허 심사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 "법적 근거없이 자의적으로 특허심사를 연기․취소하게 되면 특허신청업체들이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정된 사업자가 면세점 특허추가 결정 과정에서 관세법상 특허취소 사유에 해당되는 거짓 및 부정한 행위를 한 것으로 판정된다면 즉시 특허를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현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출국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내 면세점 13개로 '급증'

'3차 대전'이 마무리되면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수는 총 13개로 늘어났다. 4개의 신규 면세점이 추가되면서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 간 고객 유치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중국인 관광객(유커) 증가와 함께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시절은 지났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 문을 연 여의도갤러리아63(한화갤러리아), HDC신라면세점 용산, SM면세점(하나투어) 등 신규 면세점들은 모두 올해 대규모 누적 영업적자를 면치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상반기 면세사업을 시작한 두타면세점(두산) 역시 고전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객 유치를 위해 면세점이 중국 여행사에 지급하는 송객 수수료가 인상돼 각사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이 내리막길을 걸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에 내는 특허수수료율이 최대 20배까지 오를 계획이란 점도 면세점의 수익성을 떵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현행 면세점 특허수수료율을 현행 매출 대비 0.05%에서 매출 규모별로 0.1%에서 1.0%로 높인다는 내용의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래픽=이재근 한경닷컴 기자 rot0115@hankyung.com
그래픽=이재근 한경닷컴 기자 rot0115@hankyung.com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