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14일 “내년 1분기 경제상황을 보고 불가피하다면 추경(추가경정예산)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기 둔화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파생된 불안심리를 차단하는 데 내년 경제정책의 중점을 두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8개월 만의 기자간담회

유 부총리가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취임 100일이던 지난 4월20일 이후 처음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유 부총리의 유임을 결정하고 야당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실제 유 부총리는 이날 “내가 부총리직에 있는 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중심을 잡고 할 것이다.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 부총리는 재정과 관련, “4분기 재정보강 대책을 신속하게 집행해서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며 “내년 예산도 경기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회계연도 개시 전 예산 배정을 모두 마치고 내년 1분기에 최대한 빨리 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공공기관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재정보강은 기금과 정책금융 확대, 세제 지원 등을 통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정책으로 추경과 달리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유 부총리는 “대외신인도나 금융시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범정부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하고 내일(15일) 외국인 투자기업 간담회도 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 앞서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과 통화하면서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한국의 모든 국가시스템은 종전과 다름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 재무장관도 “한국 정부의 제도적 역량과 정책의지를 크게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정책 발표와 관련해서는 “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된다”며 “미국 금리 인상 이후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해 일관된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내년 1월엔 미국에서 한국 경제 설명회(IR)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

이달 28일께 발표될 예정인 내년 경제정책방향과 관련, 유 부총리는 “일자리와 소득 문제를 망라해 전반적으로 소비를 끌어올릴 방안을 검토해 경제정책방향에 담겠다”며 “1~2인 가구가 많아지는 가구구조 변화를 감안해 생계급여 같은 복지제도를 고민해 보고, 서민 생계지원 대책도 많이 넣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에 대해서는 “오늘 오전 열린 장관회의에서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소비 위축 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향후 경제정책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권한대행인 총리실과 우선 협의하고 청와대 경제수석실과도 논의할 것”이라며 “야3당의 정책위의장에게도 차관이 광범위하게 현안 보고를 하고 정책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는 만큼 그런 채널을 통해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는 규제프리존특별법에 대한 질문엔 “쟁점이 없는 법안이고, 정부 의지도 확고하다”며 “최대한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답했다.

세종=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