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구두'서 '오빠 구두'로…제화 빅3의 부활
엘칸토는 한때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엘칸토는 1970~1990년대 직장인 구두로 인기가 높았다. 금강제화·에스콰이아와 함께 3대 제화 강자로 불렸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고, 새 주인을 만났지만 2011년 다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소비자들 기억에서 사라지는 듯했던 엘칸토는 지난 1~11월 매출 500억원을 넘기며 다시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엘칸토뿐 아니다. 쇠락의 길을 걷던 금강제화와 에스콰이아 등 토종 브랜드가 다시 과거의 3강 체제를 형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시 돌아온 제화 3강

업계 1위인 금강제화는 작년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11월까지 매출은 5800억원을 올렸다. 에스콰이아는 작년 패션그룹형지에 인수된 뒤 올 들어 적자 폭을 60% 이상 줄였다. 올해 매출 9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아재 구두'서 '오빠 구두'로…제화 빅3의 부활
이들 기업이 사용한 전략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이를 통해 젊은 층 소비자 공략에 성공했다. 또 신기술을 적용해 품질을 높인 것도 부활의 비결이다.

2011년 엘칸토를 인수한 이랜드는 가장 먼저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하루종일 신어도 발이 편한 저렴한 구두를 내놓는 게 목표였다. 이랜드는 자사의 강점인 소싱 능력을 동원했다. 대표부터 상품기획자(MD)까지 매달 해외 제조공장을 찾아다니며 협상을 벌였다. 세계 500여개 공장에서 제품을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통해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다른 브랜드의 70% 수준으로 맞추는 데 성공했다. 2011년 8월에는 20~30대 젊은 층을 겨냥한 서브브랜드 ‘엘바이엘칸토’도 출시했다. 엘칸토는 5년 사이 매출이 160%나 증가했다. 내년에는 매출 8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편한 신발로 승부

금강제화는 고품질로 승부했다. 이를 위해 국내 생산을 고집했다. 수십년간 금강제화 구두를 만든 장인들이 생산의 주역이다. 금강제화 부평공장에서는 회사 대표 제품인 ‘리갈’을 제작할 때 장인들이 생산 전부터 직원들에게 기술을 지도해준다.

신기술을 접목한 제품도 계속 내놓고 있다. 작년에는 고어텍스 소재로 제작한 랜드로바 제품을 내놔 인기를 끌었다. 엄지발가락 관절이 튀어나오는 증상(무지외반증)이 있는 소비자를 위한 신발을 내놓는 등 틈새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앞으로는 백화점 의존도를 낮추고 가두점과 아울렛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 1일 경기 남양주시에 금강아울렛 별내점을 열었다. 내년에는 아울렛과 가두점을 추가로 출점할 계획이다.

◆광고에 젊은 모델 기용

패션그룹형지가 작년에 인수한 에스콰이아는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과 독점 기술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구두 뒤축 복원기술인 ‘E리턴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부드럽고 탄력 있는 소재로 뒤축을 제작하면 허리를 굽히지 않고도 구두를 쉽게 신을 수 있다.

형지는 에스콰이아를 젊은 브랜드로 재탄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디자이너 홍승완을 영입한 뒤 브랜드별 소비자 조사를 수시로 하고 있다. 젊은 층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모델로 배우 박서준(사진)을 기용했다. 형지에스콰이아 관계자는 “내년 3월에는 제화업계 최초로 3D 스캐닝 제품 개발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한국인의 발 모양에 가장 잘 맞는 신발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