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촛불 민심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 추진에 큰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54·사진)은 9일 “올해 검찰 고위 공직자 출신들의 비리 의혹이 잇따르면서 ‘검찰개혁’이 시대정신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찰대 1기 출신인 황 단장은 경찰 ‘수사권 독립’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내년 말 경무관 계급정년을 앞두고 수사구조개혁단장으로 이번주 초 임명됐다. 이번에야말로 수사권 독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경찰 조직의 염원이 담긴 인사로 풀이된다.

인사를 앞둔 지난 2일 경찰 내부 게시판에 한 경찰관은 “수사구조개혁단 책임자 자리에 황 경무관을 임명해 달라”고 글을 올려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수사권 독립 문제에 대해선 경찰 수뇌부 의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로 총경급이 맡았던 수사구조개혁팀을 경무관급이 지휘하는 수사구조개혁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개혁단은 황 단장 지휘 아래 총경 두 명(팀장)을 비롯한 30여명 규모로, 기존보다 두 배가량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황 단장은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수사종결권, 기소독점권을 모두 가진 검찰은 아무도 견제할 수 없는 권력이 됐다”며 “고위 법조인의 비리를 막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찰은 기소를 맡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경찰로선 지금이 수사권 독립의 ‘골든 타임’이다. 올해 홍만표 변호사, 진경준 전 검사장, 김형준 스폰서 검사,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검찰 고위 공직자 출신의 비리 의혹이 줄줄이 터져 국민적 관심이 높다. 황 단장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검찰개혁의 핵심”이라며 “민심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차기 정부 과제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채택될 수 있도록 발빠르게 움직일 계획이다. 황 단장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위해서는 개헌이나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개혁은 차기 정부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차기 대선 후보자의 검찰개혁 공약에 ‘수사권 조정’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독립을 위해선 경찰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이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도 있지만 경찰은 정치 권력에 예속되고 맹종하는 등 검찰보다 더 심각했다”며 “수사권 독립에 대한 국민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경찰 조직이 되기 위한 반성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단장은 경찰청 수사기획관, 경찰 수사연구원장을 거쳐 최근까지 경찰대 교수부장을 지냈다. 조직 내에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인사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총경 시절이던 2006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경찰 측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비판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가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좌천됐다. 이듬해에는 이택순 전 경찰청장 퇴진을 요구했다가 징계를 받았다. 지난 6월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에 대해 “지나치게 정치 권력에 굴종적이고 승진 인사에 온갖 외풍이 과거보다 더 심해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황 단장은 “남은 계급정년 1년 동안 경찰 후배들을 위해 수사권 조정에 힘을 쏟고 떠나고 싶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