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오늘, 한국은 세계 9번째로 무역 규모 1조달러 시대를 열었다. 수출 1억달러를 처음 달성한 1964년 11월30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무역의 날’이 12월5일로 옮겨졌을 정도로 의미가 컸다. 지난해는 수출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사상 처음 세계 6위에 올라서며 ‘수출입국(輸出立國)’의 위상을 드높였다.
올해 무역의 날은 여느 때와 달리 우울하다. 수출이 작년(-8.0%)에 이어 올해도 5.6% 감소한 497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수출’은 1957~1958년 이후 58년 만이다. ‘한강의 기적’의 견인차 역할을 한 수출이 전례 없는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무역 규모는 지난해보다도 줄어든 9010억달러로 2년 연속 1조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세계 순위도 작년에 제쳤던 프랑스 홍콩에 다시 추월당해 6위에서 8위로 밀려날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13개 주력 품목 중 12개 품목의 수출이 작년보다 줄어든 탓이다.

‘수출 1억불탑’ 이상 수상 기업도 5년 전 129개에서 55개로 급감했다. 일정액 이상 수출 실적을 처음 달성한 기업에 주는 ‘수출의탑’ 수상 기업 역시 5년 새 1929개에서 1209개로 감소했다. 작년에는 150억불탑(SK하이닉스) 기업도 있었지만 올해는 50억불탑 고지에 오른 한화토탈이 최고액 수상 기업이다. 100억불탑 기업이 전무한 것은 14년 만이다.

올 들어 줄곧 부진하던 수출이 11월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반등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민관 합동으로 수출전략을 짜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무역투자진흥회의도 ‘최순실 정국’ 여파로 무기 연기됐다. 내년에도 보호무역주의 강화, 한·중 관계 악화 등으로 수출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지난해에 비해 수출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화장품과 의약품 등 새로운 유망 품목이 부상한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