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대신 시스템 개발 주력
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보낸 서신에서 “기계학습과 자동화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어 “차량 등 많은 분야에서 자동화 시스템의 잠재력에 흥분을 느낀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기계학습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상황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중 하나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필수 분야다.
서신은 미국 정부가 자율주행차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서신 작성자로 언급된 스티브 캐너 제품통합 이사는 최근까지 포드에서 자율주행차의 안전분야를 담당한 인물이다.
애플은 2014년부터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로 약 1000명의 조직이 무인차 개발사업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한 번도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애플이 철저히 비밀에 부치면서 구체적 사업 방향이나 진척 상황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월 타이탄 프로젝트 책임자가 교체되고 관련자 수백 명이 회사를 떠나면서 애플이 사업전략을 수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기존 자동차회사와 경쟁하는 차량 제작은 포기하는 대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만 개발하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자율주행차량을 개발해 200만마일 이상 도로주행 실험을 했으며, GM은 올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크루즈오토메이션을 인수해 자율주행차 분야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서한에서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규정을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혁신이 이뤄지면서 자율주행차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안전기술이 더욱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