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PEF) 유니슨캐피탈의 김수민 대표에게 지난 4월21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014년 7월 공차코리아를 인수할 때부터 추진해온 대만 본사(로열티타이완·RTT) 인수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공차코리아는 세계 18개국에 1400개 매장을 거느린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주인으로 등극했다. 공차코리아가 각국 지사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위치로 격상되면서 ‘몸값’도 뛰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이 회사 기업가치는 2000억원이 넘는다. 유니슨캐피탈이 공차코리아와 RTT 인수에 들인 돈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맛 빼고는 다 바꿔" 공차코리아 대수술, 본사까지 인수…글로벌 프랜차이즈 주인으로
흙 속의 진주를 찾은 ‘선구안’

2006년 대만에서 탄생한 공차가 한국에 입성한 건 2012년 4월이었다. 남편을 따라 싱가포르에 살며 공차를 접한 김여진 전 대표가 서울 홍대 인근에 점포를 낸 게 시작이었다. 20, 30대 젊은이들은 쫄깃한 녹말 알갱이가 들어간 밀크티의 매력에 빠졌다. 1년8개월 만에 매장 수는 126개로 늘었다.

이 즈음 공차코리아는 ‘성장통’을 앓고 있었다. 빠른 성장을 받쳐줄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차코리아 직원들은 전산시스템이 없어 수기로 업무를 처리했다. 점포 운영, 고객 응대 등 업무 매뉴얼조차 없었다. 20여명 직원 대부분이 신입사원이다 보니 일이 터지면 우왕좌왕하기 일쑤였다.

김 전 대표는 고심 끝에 회사 매각을 결심했다. 이 소식은 곧 김수민 대표 귀에 들어갔다. 그는 아시아의 차(茶) 시장 규모가 커피의 2.3배에 달하지만 스타벅스 같은 ‘맹주’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차의 ‘맛’에 유니슨의 ‘경영 노하우’를 더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맛 빼고 다 바꿔라”

공차코리아를 인수한 유니슨은 ‘구멍가게식 경영’을 뜯어고칠 해결사로 식품업계에서 30년 경력을 쌓은 김의열 전 CJ푸드빌 사장을 선택했다. 이어 공차의 ‘맛’만 빼고 다 바꾸는 대수술에 들어갔다.

유니슨이 인수하기 전까지 공차코리아 직원들은 특정 팀에 소속되지 않은 채 그때그때 시키는 일을 했다. 김 사장은 조직을 마케팅 영업 경영기획 점포개발 등으로 나눈 뒤 인력을 충원했다. 인수 전 20명이던 직원은 현재 90명으로 늘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해 업무를 효율화했다.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를 40여개 내놓았다. 점포 수도 2013년 말 126개에서 2015년 말 362개로 늘렸다.

배우 이종석을 모델로 TV광고도 내보냈다. 여기에만 23억원을 썼다. 유니슨이 인수하기 전 공차코리아가 쓴 연간 마케팅 비용(2억원)의 11배에 달하는 돈을 광고에 쏟아부은 셈이다.

김 대표는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내기보다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회사를 키우는 전략을 썼다”고 말했다. 유니슨은 공차코리아 인수 후 2년여간 인력 충원과 마케팅 등에 157억원을 투입했다. 이 결과 유니슨이 인수한 뒤 공차코리아 매출(2013년 279억원→2015년 597억원)과 영업이익(69억원→81억원)은 급성장했다.

“공차를 차 분야 스타벅스로”

김 대표가 RTT 인수에 나설 때 주변에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공차코리아로 충분한 성과를 냈는데 굳이 해외 본사까지 인수하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차 장인’들이 대만 본사를 이끈 탓에 공차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공차코리아가 대만 본사를 인수하면 세계 각국에 점포를 늘려 로열티와 원부자재 판매수입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익 규모가 비슷해도 프랜차이즈 본사가 지사에 비해 2~3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점도 감안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지난해 117억원이던 공차코리아의 감가상각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올해 16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본사의 기업가치가 EBITDA의 10~20배에 달하는 만큼 공차코리아의 몸값은 2000억원대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공차를 ‘차 시장의 스타벅스’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남미 중동 등지로 영토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훈/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