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빼고는 다 바꿔" 공차코리아 대수술, 본사까지 인수…글로벌 프랜차이즈 주인으로
공차의 맛에 유니슨 경영 접목
주먹구구 공차 시스템 뜯어고쳐
마케팅·경영기획 등 조직 신설
2년간 점포개설·광고 157억 투입
차 분야 스타벅스 꿈
18국 1400개 매장서 로열티 받아
기업가치 2천억대…인수 후 두 배
남미·중동 등 신규 진출 추진
2006년 대만에서 탄생한 공차가 한국에 입성한 건 2012년 4월이었다. 남편을 따라 싱가포르에 살며 공차를 접한 김여진 전 대표가 서울 홍대 인근에 점포를 낸 게 시작이었다. 20, 30대 젊은이들은 쫄깃한 녹말 알갱이가 들어간 밀크티의 매력에 빠졌다. 1년8개월 만에 매장 수는 126개로 늘었다.
이 즈음 공차코리아는 ‘성장통’을 앓고 있었다. 빠른 성장을 받쳐줄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차코리아 직원들은 전산시스템이 없어 수기로 업무를 처리했다. 점포 운영, 고객 응대 등 업무 매뉴얼조차 없었다. 20여명 직원 대부분이 신입사원이다 보니 일이 터지면 우왕좌왕하기 일쑤였다.
김 전 대표는 고심 끝에 회사 매각을 결심했다. 이 소식은 곧 김수민 대표 귀에 들어갔다. 그는 아시아의 차(茶) 시장 규모가 커피의 2.3배에 달하지만 스타벅스 같은 ‘맹주’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차의 ‘맛’에 유니슨의 ‘경영 노하우’를 더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맛 빼고 다 바꿔라”
공차코리아를 인수한 유니슨은 ‘구멍가게식 경영’을 뜯어고칠 해결사로 식품업계에서 30년 경력을 쌓은 김의열 전 CJ푸드빌 사장을 선택했다. 이어 공차의 ‘맛’만 빼고 다 바꾸는 대수술에 들어갔다.
유니슨이 인수하기 전까지 공차코리아 직원들은 특정 팀에 소속되지 않은 채 그때그때 시키는 일을 했다. 김 사장은 조직을 마케팅 영업 경영기획 점포개발 등으로 나눈 뒤 인력을 충원했다. 인수 전 20명이던 직원은 현재 90명으로 늘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해 업무를 효율화했다.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를 40여개 내놓았다. 점포 수도 2013년 말 126개에서 2015년 말 362개로 늘렸다.
배우 이종석을 모델로 TV광고도 내보냈다. 여기에만 23억원을 썼다. 유니슨이 인수하기 전 공차코리아가 쓴 연간 마케팅 비용(2억원)의 11배에 달하는 돈을 광고에 쏟아부은 셈이다.
김 대표는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내기보다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회사를 키우는 전략을 썼다”고 말했다. 유니슨은 공차코리아 인수 후 2년여간 인력 충원과 마케팅 등에 157억원을 투입했다. 이 결과 유니슨이 인수한 뒤 공차코리아 매출(2013년 279억원→2015년 597억원)과 영업이익(69억원→81억원)은 급성장했다.
“공차를 차 분야 스타벅스로”
김 대표가 RTT 인수에 나설 때 주변에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공차코리아로 충분한 성과를 냈는데 굳이 해외 본사까지 인수하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차 장인’들이 대만 본사를 이끈 탓에 공차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공차코리아가 대만 본사를 인수하면 세계 각국에 점포를 늘려 로열티와 원부자재 판매수입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익 규모가 비슷해도 프랜차이즈 본사가 지사에 비해 2~3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점도 감안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지난해 117억원이던 공차코리아의 감가상각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올해 16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본사의 기업가치가 EBITDA의 10~20배에 달하는 만큼 공차코리아의 몸값은 2000억원대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공차를 ‘차 시장의 스타벅스’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남미 중동 등지로 영토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훈/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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