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이대리] "여름에 그렇게 놀고 또 ?"…"여태 연차 안쓰고 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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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휴가 가려니까 타박하던 팀장
회사 소진 압박에 돌변…어쩌라고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회사는 연차 쓰라고 독려…상사는 "열정없다" 눈총
아무나 못가는 겨울휴가?
하루씩 쪼개 써 주 4일 근무…2주 몰아 쓰는 외국계 부럽네
놀아도 노는 게 아니야
조선사 직원 1개월 무급휴직에 "앞날 불안하니…" 오히려 씁쓸
회사 소진 압박에 돌변…어쩌라고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회사는 연차 쓰라고 독려…상사는 "열정없다" 눈총
아무나 못가는 겨울휴가?
하루씩 쪼개 써 주 4일 근무…2주 몰아 쓰는 외국계 부럽네
놀아도 노는 게 아니야
조선사 직원 1개월 무급휴직에 "앞날 불안하니…" 오히려 씁쓸
“여름에는 여름휴가만, 겨울엔 겨울휴가만 보며 산다.” 직장인 사이에 도는 우스갯소리다. 휴가를 위해 반년을 일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설날이 이어지는 겨울에 쓰는 휴가는 지난한 노동으로 지친 심신을 힐링하는 오롯한 자신만의 시간이다. 스키 타러 가고, 적도의 동남아시아나 여름인 남반구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인이 누리는 여름휴가와 달리 겨울휴가는 ‘갈 수 있는 사람만 가는 행운의 휴가’란 꼬리표가 붙어 있다. 겨울휴가 제도 자체가 아예 없는 회사가 많고, 있더라도 연말연시 휴가 사용에 눈치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겨울휴가를 둘러싼 김과장 이대리의 고민을 들어봤다.
주변 부러움 받는 겨울휴가라지만…
독일계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는 정모씨는 휴가철만 되면 직장 만족도가 급상승한다. 독일 공휴일과 한국 공휴일을 모두 쉬는 것은 물론 휴가를 2주 이상 몰아서 쓸 수도 있다. 독일 본사에서도 2주 휴가가 당연시되는 만큼 눈치 주는 상사도 없다. 정씨는 올겨울 북유럽에 가서 오로라를 보고 오기로 했다. “제 주변에 평생 2주 이상 휴가를 가보지 못할 것 같아 퇴사를 결심하는 친구도 있어요. 직장 다니면서 가끔 훌쩍 멀리 떠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전 복받은 것 같습니다.”
전자회사에 다니는 이모 대리는 회사 측의 연차보상비 절감 방침에 연말이면 모든 연차를 강제 소진해야 한다. 그 덕분에 이 대리는 11월부터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다. 올해 연차가 10일 가까이 남은 상황이어서 매주 금요일에 휴가를 즐긴다. 연차를 붙여 길게 여행을 가면 좋을 테지만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택한 차선책이다. 그 대신 평일 연차를 매주 알차게 보내고 있다. 주말에 가기 어려웠던 미술관이나 전시회 구경을 가기도 하고, 평일 등산을 하거나 조금 먼 지역의 맛집을 찾기도 한다. “주 4일 근무를 하면서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습니다. 강제 연차 소진이긴 하지만 회사 눈치 안 보고 연말에 주 4일만 근무하는 것도 좋은 것 같네요.”
조선회사에 다니는 송모 과장은 내년 1월 한 달간 휴가를 간다.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 무급 순환휴직을 시행해서다. 이를 통해 인건비 등 고정비를 아낀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입사 10년 만에 맞는 한 달간의 휴가 준비에 송 과장은 좋다가도 씁쓸하다. “직원들이 ‘이러다 회사 문닫는 게 아니냐, 돈 없어 휴가를 줘도 할 일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갑자기 팔자에도 없는 한 달간의 휴가를 맞았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혼란스럽네요.”
휴가 기간도 못 정하는 ‘반쪽 휴가’
어찌어찌 휴가를 가게 됐어도 원하는 날짜에 가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벤처캐피털에 근무하는 사원 김모씨가 그렇다. 그는 다음달 24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총 9일을 겨울휴가 기간으로 잡았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회사 특성상 기업들이 한 해 업무를 마감하는 크리스마스 전까지 쉴 틈 없이 일에 매진하다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비로소 빈손이 되고, 그렇게 1월1일까지 일 없이 이어지는 업무체계를 갖춰서다.
문제는 이 시기가 겨울휴가철 극성수기라는 것. 웬만한 비행기 티켓은 평소 가격의 1.5~2배를 더 줘야 하는 데다 여행하는 국가에서도 ‘숙소 예약 전쟁’을 피할 수 없다. 김씨는 “회사 특성이 그런데 어쩌겠느냐”면서도 “정해진 시기에, 평소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복작거리며 휴가를 가야 하는 게 기분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 마케팅팀의 막내인 임모 대리 역시 휴가 일정을 맘대로 잡아보는 게 소원이다. 그는 상사들이 먼저 휴가 계획을 세운 뒤 빈 날짜 가운데서 휴가 날을 잡곤 한다. 문제는 상사들이 휴가철에 임박해서야 날짜를 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임 대리 본인도 휴가 떠나기 직전에야 날짜를 정하는 일이 다반사다. 비행기 티켓이 쌀 때 예매한다는 건 꿈같은 일이다. 덕분에 지난 여름휴가는 집에서 본의 아니게 ‘방콕’을 했다. “오는 겨울휴가도 집에만 있게 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상사들이 휴가 일정을 빨리 잡길 바랄 뿐이죠.”
산업용 에어컨 업체에서 일하는 박모 대리는 업종 특성상 여름휴가는 즐기지 못한다. 하지만 겨울인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 한 달간은 일종의 ‘방학’을 얻는다. 각종 수당은 없지만 월급은 그대로 나온다.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박 대리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처음 1주일은 좋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지루하다”며 “휴가가 좀 짧더라도 같이 쉴 수 있을 때 쉬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겨울휴가 쓰려 하자 “열정없다” 타박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과장은 며칠 전 겨울휴가 얘기를 꺼냈다가 상사에게 면박을 당했다. “옛날엔 겨울휴가를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겨울휴가 계획을 내는 요즘 직원들은 열정이 없는 게 분명하다”며 은근히 언성까지 높였다. 김 과장은 그저 억울할 뿐이다. 그는 “회사는 연차를 쓰라고 하는데 정작 내 고과를 매기는 상사는 싫어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눈치 때문에 휴가를 못 썼다가 타박을 받기도 한다. 3년차 사원 김모씨는 얼마 전 팀장에게 불려갔다가 “왜 휴가를 쓰지 않느냐”는 얘기를 듣고 황당해졌다. 김씨는 “휴가를 가고 싶어도 눈치를 주니까 못 간 게 아니냐”며 “팀원들의 낮은 연차 소진율을 보면서도 가만히 있다가 정작 그것 때문에 자신이 소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니 그제야 나서는 팀장이 비겁해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주 차장은 연말연시 바쁜 업무 탓에 있는 겨울휴가도 날려야 할 판이다. 그가 올해 쓸 수 있는 연차는 24일이다. 하지만 여름휴가를 포함해 현재까지 쓴 날은 단 8일. 회사와 노동조합은 몇 년 전부터 연차 강제 소진을 위해 연차 중 15일은 쓰지 않아도 연차보상비를 받을 수 없도록 노사규약을 개정했다. 이대로라면 휴가도 못 가고 연차보상비까지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던 김 차장은 거래관계가 있는 대기업 정모 과장의 전화를 받고 너무 부러웠다. “회사의 경비절감 정책 때문에 11월부터 금요일은 계속 쉬고, 12월24일 이후는 휴가를 가니 그 전에 빨리 처리할 게 있으면 처리해달라”는 독촉성 전화였다. “예전처럼 못 간 휴가는 돈으로라도 보상해줬으면 합니다. 휴가도 못 쓰고 돈도 못 받고 연말인데 우울하네요.”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설날이 이어지는 겨울에 쓰는 휴가는 지난한 노동으로 지친 심신을 힐링하는 오롯한 자신만의 시간이다. 스키 타러 가고, 적도의 동남아시아나 여름인 남반구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직장인이 누리는 여름휴가와 달리 겨울휴가는 ‘갈 수 있는 사람만 가는 행운의 휴가’란 꼬리표가 붙어 있다. 겨울휴가 제도 자체가 아예 없는 회사가 많고, 있더라도 연말연시 휴가 사용에 눈치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겨울휴가를 둘러싼 김과장 이대리의 고민을 들어봤다.
주변 부러움 받는 겨울휴가라지만…
독일계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는 정모씨는 휴가철만 되면 직장 만족도가 급상승한다. 독일 공휴일과 한국 공휴일을 모두 쉬는 것은 물론 휴가를 2주 이상 몰아서 쓸 수도 있다. 독일 본사에서도 2주 휴가가 당연시되는 만큼 눈치 주는 상사도 없다. 정씨는 올겨울 북유럽에 가서 오로라를 보고 오기로 했다. “제 주변에 평생 2주 이상 휴가를 가보지 못할 것 같아 퇴사를 결심하는 친구도 있어요. 직장 다니면서 가끔 훌쩍 멀리 떠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전 복받은 것 같습니다.”
전자회사에 다니는 이모 대리는 회사 측의 연차보상비 절감 방침에 연말이면 모든 연차를 강제 소진해야 한다. 그 덕분에 이 대리는 11월부터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다. 올해 연차가 10일 가까이 남은 상황이어서 매주 금요일에 휴가를 즐긴다. 연차를 붙여 길게 여행을 가면 좋을 테지만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택한 차선책이다. 그 대신 평일 연차를 매주 알차게 보내고 있다. 주말에 가기 어려웠던 미술관이나 전시회 구경을 가기도 하고, 평일 등산을 하거나 조금 먼 지역의 맛집을 찾기도 한다. “주 4일 근무를 하면서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습니다. 강제 연차 소진이긴 하지만 회사 눈치 안 보고 연말에 주 4일만 근무하는 것도 좋은 것 같네요.”
조선회사에 다니는 송모 과장은 내년 1월 한 달간 휴가를 간다.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 무급 순환휴직을 시행해서다. 이를 통해 인건비 등 고정비를 아낀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입사 10년 만에 맞는 한 달간의 휴가 준비에 송 과장은 좋다가도 씁쓸하다. “직원들이 ‘이러다 회사 문닫는 게 아니냐, 돈 없어 휴가를 줘도 할 일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갑자기 팔자에도 없는 한 달간의 휴가를 맞았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혼란스럽네요.”
휴가 기간도 못 정하는 ‘반쪽 휴가’
어찌어찌 휴가를 가게 됐어도 원하는 날짜에 가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벤처캐피털에 근무하는 사원 김모씨가 그렇다. 그는 다음달 24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총 9일을 겨울휴가 기간으로 잡았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회사 특성상 기업들이 한 해 업무를 마감하는 크리스마스 전까지 쉴 틈 없이 일에 매진하다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비로소 빈손이 되고, 그렇게 1월1일까지 일 없이 이어지는 업무체계를 갖춰서다.
문제는 이 시기가 겨울휴가철 극성수기라는 것. 웬만한 비행기 티켓은 평소 가격의 1.5~2배를 더 줘야 하는 데다 여행하는 국가에서도 ‘숙소 예약 전쟁’을 피할 수 없다. 김씨는 “회사 특성이 그런데 어쩌겠느냐”면서도 “정해진 시기에, 평소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복작거리며 휴가를 가야 하는 게 기분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 마케팅팀의 막내인 임모 대리 역시 휴가 일정을 맘대로 잡아보는 게 소원이다. 그는 상사들이 먼저 휴가 계획을 세운 뒤 빈 날짜 가운데서 휴가 날을 잡곤 한다. 문제는 상사들이 휴가철에 임박해서야 날짜를 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임 대리 본인도 휴가 떠나기 직전에야 날짜를 정하는 일이 다반사다. 비행기 티켓이 쌀 때 예매한다는 건 꿈같은 일이다. 덕분에 지난 여름휴가는 집에서 본의 아니게 ‘방콕’을 했다. “오는 겨울휴가도 집에만 있게 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상사들이 휴가 일정을 빨리 잡길 바랄 뿐이죠.”
산업용 에어컨 업체에서 일하는 박모 대리는 업종 특성상 여름휴가는 즐기지 못한다. 하지만 겨울인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 한 달간은 일종의 ‘방학’을 얻는다. 각종 수당은 없지만 월급은 그대로 나온다.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박 대리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처음 1주일은 좋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지루하다”며 “휴가가 좀 짧더라도 같이 쉴 수 있을 때 쉬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겨울휴가 쓰려 하자 “열정없다” 타박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과장은 며칠 전 겨울휴가 얘기를 꺼냈다가 상사에게 면박을 당했다. “옛날엔 겨울휴가를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겨울휴가 계획을 내는 요즘 직원들은 열정이 없는 게 분명하다”며 은근히 언성까지 높였다. 김 과장은 그저 억울할 뿐이다. 그는 “회사는 연차를 쓰라고 하는데 정작 내 고과를 매기는 상사는 싫어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눈치 때문에 휴가를 못 썼다가 타박을 받기도 한다. 3년차 사원 김모씨는 얼마 전 팀장에게 불려갔다가 “왜 휴가를 쓰지 않느냐”는 얘기를 듣고 황당해졌다. 김씨는 “휴가를 가고 싶어도 눈치를 주니까 못 간 게 아니냐”며 “팀원들의 낮은 연차 소진율을 보면서도 가만히 있다가 정작 그것 때문에 자신이 소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니 그제야 나서는 팀장이 비겁해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주 차장은 연말연시 바쁜 업무 탓에 있는 겨울휴가도 날려야 할 판이다. 그가 올해 쓸 수 있는 연차는 24일이다. 하지만 여름휴가를 포함해 현재까지 쓴 날은 단 8일. 회사와 노동조합은 몇 년 전부터 연차 강제 소진을 위해 연차 중 15일은 쓰지 않아도 연차보상비를 받을 수 없도록 노사규약을 개정했다. 이대로라면 휴가도 못 가고 연차보상비까지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던 김 차장은 거래관계가 있는 대기업 정모 과장의 전화를 받고 너무 부러웠다. “회사의 경비절감 정책 때문에 11월부터 금요일은 계속 쉬고, 12월24일 이후는 휴가를 가니 그 전에 빨리 처리할 게 있으면 처리해달라”는 독촉성 전화였다. “예전처럼 못 간 휴가는 돈으로라도 보상해줬으면 합니다. 휴가도 못 쓰고 돈도 못 받고 연말인데 우울하네요.”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