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차이나 혁신 기업을 가다] 테슬라 제친 '전기차 1위' BYD…"올 12만대, 작년의 두배 판다"
햐얀 공장 지붕이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공장 옆 본사 건물 앞으로는 모노레일이 다닌다. 공장 내부 4.4㎞ 6개역을 도는 친환경 열차다. 세계 전기자동차 판매량 1위인 중국 비야디(BYD) 선전 본사와 공장을 지난 9일 방문했다. 세계 22만명 직원 중 4만명가량이 근무하는 곳이다.

1995년 배터리 회사로 출발한 BYD는 센서 등 정보기술(IT) 부품과 노트북 등 IT 제품 수탁제조(EMS), 자동차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2008년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미국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를 받아 전기차, 태양광, LED 조명 분야 등으로 진출했다. 배터리, 자동차, 전기차 등 3대 산업에서 모두 선두권을 질주 중인 첨단기술기업이다.

올해부터는 모노레일 사업에도 뛰어든다. 그야말로 회사 이름처럼 ‘Build Your Dreams(당신의 꿈을 이뤄라)’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전장사업을 노리는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이 회사에 51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92%를 확보하기도 했다. 회사가치를 26조원 이상으로 평가한 것. 국내에 회사가치가 26조원을 넘는 회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네이버 삼성물산(이달 25일 시가총액 기준) 등 6곳에 불과하다.
[슈퍼차이나 혁신 기업을 가다] 테슬라 제친 '전기차 1위' BYD…"올 12만대, 작년의 두배 판다"
세계 50여개국을 다니는 전기버스

BYD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이름은 친(진), 탕(당), 송, 유안(원) 등 옛 중국의 나라 이름을 땄다. 자랑스럽게 중국산(産)임을 내세운 것이다. 탕 앞에서 선 리쿠오 브랜드담당이 리모컨을 누르자 차가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주차할 때 편리성을 돕기 위한 리모트컨트롤 기능이다. 전기차여서 버튼 하나로 앞뒤로 몇십m씩 쉽게 움직일 수 있다. 마치 무선조종차처럼 방향도 쉽게 바꾼다.

BYD는 이런 전기차를 지난해 6만1722대 팔아 미국 테슬라, 일본 닛산 등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리윈페이 브랜드담당 부총경리(부사장)는 “올해는 10월까지 9만대를 팔았으며 연간으로는 총 12만~13만대 판매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100%에 달하는 성장이다. 지난해 매출은 776억위안, 순이익은 28억위안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올 1~9월에 올린 매출만 727억위안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50.1%다. BYD 측은 올해 연간 매출은 1000억~1200억위안, 순이익은 50억~52억위안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선전엔 BYD의 전기버스 K9 등이 8000여대가 돌아다닌다. E6란 전기택시도 많다. BYD의 전기버스는 선전과 후난성 창사, 산시성 시안, 톈진시 등에서도 운행 중이다. 중국에서만 팔리는 게 아니다. 올 3월부터 영국 런던에선 51대의 전기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 런던의 명물인 2층 버스다. 81명을 태우고 한 번 충전으로 190마일(약 305㎞)을 갈 수 있고 아무런 공기 오염이 없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선 작년 11월부터 35대가 스키폴공항을 오간다. 일본 교토에서도 작년 2월 운송을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올 2월 85대가 팔렸다. 대량 공급을 위해 미국 영국엔 조립생산공장도 짓고 있다. BYD 전기버스는 제주에서도 돌아다닌다. 국내 업체 썬코어는 앞으로 2년간 1000대를 들여오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처럼 BYD의 전기차는 50여개국, 240여개 도시에서 달리고 있다.
리쿠오 BYD 브랜드담당이 하이브리드 엔진과 전기차 모터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리쿠오 BYD 브랜드담당이 하이브리드 엔진과 전기차 모터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배터리에 안주하지 않고 전기차로

BYD의 성장은 세계적인 녹색성장 바람과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덕분이기도 하지만 여기엔 품질이 뒷받침됐다. 지난해 중국 JD파워의 중국 내 차량 품질평가를 보면 BYD 친은 현대자동차 미스트라에 뒤져 2위지만 마쓰다 혼다 시트로엥 폭스바겐 등을 제쳤다. 리 부총경리는 “배터리로 시작해 전기·전자제어장치, 각종 IT 부품과 모터 엔진까지 자체 생산하면서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게 경쟁력”이라고 답했다.

중국 내 배터리 업계 1위인 BYD는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2003년 시안친촨(西安秦川) 자동차의 지분 77%를 인수해 자동차 부문에 진출했다. 2008년 첫 전기차를 내놨고, 2010년 벤츠와 전기차 합작사를 세워 주행거리 400㎞의 전기차 기술을 개발했다. BYD는 타이어, 유리를 빼고 모든 걸 자체 생산한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30만대 넘게 팔려 점유율 1%를 차지했다. 리 부총경리는 “전기차 시장이 1%에 도달하기까지 8년이 넘게 걸렸지만 1%는 이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이 5~10%에 도달하는 시점은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2020~2025년 전기차 관련 중장기 계획을 마련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기차 점유율은 10%를 훨씬 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YD는 한때 급성장에 따른 어려움을 겪었다. 2009년 중국 자동차 업계 6위에 오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으나 짧은 업력 탓에 2010~2012년 마이너스 성장했다. 판매를 늘리기 위해 자동차 대리점에 해당하는 딜러를 무분별하게 모집했고, 판매가 이뤄지지 않자 물량을 밀어내다 막대한 재고가 쌓인 탓이다. 하지만 이를 이겨내고 다시 IT,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 BYD는 올해 판매를 시작하는 모노레일에 기대가 크다. 리 부총경리는 “우리는 태양패널, 전기차, 배터리, 모노레일 등 모든 분야에서 대기오염을 줄이는 회사의 큰 전략에 따라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원계 배터리 규제는 당연”

일본 기자들이 도요타와의 전기차 기술 격차에 대해 물었다. 리 부총경리는 “도요타 등이 친환경차에 주력하는 모습은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면서도 “전기차 분야에서 BYD가 추구하는 길은 ‘다른 이가 없는 걸 나는 만들어내고, 다른 이가 만들면 나는 더 우수한 걸 만들고, 다른 이가 우수한 걸 만들면 나는 새로운 걸 만들어낸다’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밝혔다. BYD는 디자인 문제가 지적되자 최근 아우디 총괄디자이너이던 볼프강 예거를 영입했다.

삼성전자의 투자에 대해 물었다. 리 부총경리는 “그동안 IT 비즈니스에서 협력해왔지만 새로운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진 않다”며 “삼성의 투자는 투자일 뿐 비즈니스는 아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중국 정부의 ‘삼원계 배터리 규제’ ‘배터리 모범규준 규제’ 등에 대해 묻자 그는 “화학적으로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삼원계에 비해 폭발 가능성이 낮다”며 “정부의 당연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BYD도 IT 제품용 배터리는 삼원계로 만들지만 안전성을 중시하는 전기버스와 전기차에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쓰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선전=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