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서 여당이 사실상 양분된 가운데 야당이 법인세 인상안 등을 밀어붙일 태세다. 국회의사당 앞 빨간 신호등이 예측불허의 정국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경DB
탄핵 정국에서 여당이 사실상 양분된 가운데 야당이 법인세 인상안 등을 밀어붙일 태세다. 국회의사당 앞 빨간 신호등이 예측불허의 정국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경DB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추진하는 법인세 인상 법안은 최고세율을 22%에서 24~25%로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최대 1034개(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의 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흥정거리’가 되고 있다. 야당이 법인세 인상 법안 처리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과 연계하기로 한 것이다.

여당 “누리과정은 양보 못해”

여야는 지난 3주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법인세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반대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에 주어진 ‘데드라인’은 29일이다. 이때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정세균 국회의장이 법인세법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법상 예산부수법안은 11월30일까지 심사하도록 돼 있어 최소 하루 전엔 지정해야 한다. 법인세법 개정안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될 경우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엔 법인세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누리과정 예산과 법인세법을 연계해 처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편성하도록 돼 있는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정부 여당이 약속하면 법인세 인상을 일단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윤호중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누리과정 예산이 중요하니까 여야 협의 때 (법인세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며 “여야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은 “좀 더 두고 보자”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누리과정 예산의 중앙정부 지원은 법인세 인상만큼이나 정부 여당이 받아들이기 힘든 방안이어서 실현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예산 심의가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2조원 가까이 되는 내년 누리과정 재원을 예산안에 반영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당도 부정적이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은 “소득 재분배를 강화하라는 것이 촛불 민심”이라며 “누리과정 문제 일부만 해결하고 법인세 인상을 양보하겠다면 협상은 깨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득세 인상만 합의 가능성

누리과정·법인세 연계 방안이 벽에 부딪히면 여당이 소득세 인상을 수용하는 대가로 야당에 법인세 인상 철회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과세표준 3억~5억원 구간 세율을 인상하는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을 막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고소득자 증세를 실현하면서 각자 ‘절반의 승리’를 챙길 수 있는 해법이다. 김광림 정책위 의장은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일단 얘기 중”이라며 타협 가능성을 내비쳤다.

조세소위 소속 이현재 새누리당·박광온 민주당·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27일 만나 법인세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쟁점 법안 일괄 타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법인세법 개정안의 처리 방향이 결정될 수도 있다.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법인세법 개정안은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돼 다음달 2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상정, 처리되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유승호/김채연/김기만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