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발표한 ‘전기요금 개편안’은 지난 8월18일 당·정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진 뒤 3개월 만에 나왔다. 개편안은 세 가지 잠정안으로 구성됐다. 모두 최저·최고 구간 요금 격차를 좁히고, 누진제 단계를 줄이는 것이 골자다. ‘징벌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누진제를 고쳐 올여름 제기된 ‘요금 폭탄’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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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 에어컨 틀면 전기료 월 36만→19만원
3개안 모두 ‘3단계·3배수’

산업통상자원부는 요금체계의 합리성, 형평성, 안정성, 지속가능성 등 네 가지 원칙을 고려해 ‘3단계·3배수’ 체계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1안은 일반적인 누진제 원리에 가장 근접한 안으로 평가된다. 선진국처럼 3단계로 구간을 나누고 중간인 2단계 요율을 평균 전력판매단가(130원)로 설정했다. 가팔랐던 구간별 누진배율의 기울기를 전반적으로 낮추면서 전력 저소비 구간에서 현행보다 요금 부담이 다소 증가하는 구조다.

2안은 최대한 현 체계를 유지하는 데 방점을 뒀다. 200㎾ 이하 구간은 기존 1·2단계 요율을 유지하고, 201㎾ 이상 3단계를 현행 3단계 요율로 통합했다. 모든 구간에서 요금 인상이 없는 구조다. 다소비 가구만 인하 혜택을 크게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3안은 1안과 2안의 단점을 보완해 절충한 것으로 사실상의 정부안이다. 1안처럼 3단계 구간을 설정하면서 1단계 요율을 1안보다 낮고 2안보다 높게 잡았다. 현재보다 요금상승이 예상되는 월 사용량 200㎾ 이하 소비 가구에 월 4000원 정액할인 혜택(필수사용량 보장공제)을 적용한다. 400㎾ 이상 3단계 요율은 2안보다 높여 다소비 가구의 인하 혜택을 줄임으로써 ‘부자감세’ 논란을 피해갔다.

3안에 따라 도시 4인 가구가 스탠드형 에어컨(소비전력 1.84㎾)을 하루 네 시간씩 한 달간 틀 경우 월 전기료 예상 청구액은 12만4240원이다. 현행 요금제에 따른 청구액(18만7510원)보다 32% 줄어든 액수다.

에어컨을 하루 8시간 틀 때 예상 청구액은 19만4340원(인하율 46%), 12시간 틀 때는 26만4940원(50%)이다. 누진제 축소로 인한 요금 수입 감소분은 모두 한국전력이 부담하기로 했다. 개편안별로 최저 8391억원에서 9393억원 정도 수입이 감소할 전망이다.

산업용은 개편서 제외

정부안인 3안은 1단계 구간에서 평균 판매단가인 130원에 못 미치는 93원의 요율을 적용하고 4000원 정액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등 원가보다 낮은 금액에 전기를 제공해 ‘포퓰리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3안은 누진제 원리와 전기요금 부과 원칙에 비교적 충실한 1안에 비하면 정치적 고려가 지나치게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산업용 전기료는 이번 개편에서 제외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산업용은 원가를 굉장히 상회해 추가 조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번 누진제 완화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율을 1~3% 정도로 추정했다. 김용래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피크 기준 68만㎾(액화천연가스 발전소 1기 분량)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여름 최대 전력수요 당시 예비전력이 722만㎾(예비율 8.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전기료 개편안은 오는 28일 한국전력의 공청회와 이사회 의결, 전기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 중순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새 요금체계를 다음달 1일부터 소급적용해 시행할 방침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