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민정수석 동시 사표] 최재경 "불타는 수레서 탈출 아니다"…'사정 양대축' 붕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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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웅·최재경 동시 사표'일파만파'
김현웅 "사직하는 게 도리"…최재경 "제 역할 못했다"
박 대통령-검찰 정면충돌 속 한계 느꼈을 수도
김현웅 "사직하는 게 도리"…최재경 "제 역할 못했다"
박 대통령-검찰 정면충돌 속 한계 느꼈을 수도

검찰 통제력을 잃은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을 놓고 박 대통령과 검찰이 정면 충돌하는 과정에서 검찰을 지휘하고 사정당국을 총괄하는 두 축이 사실상 무너진 것을 의미한다면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왜 사표 냈나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사표를 낸 시점은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이튿날인 21일 저녁이다. 검찰은 당시 수사 결과 발표에서 박 대통령을 최씨 일당과 공범으로 지목했고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 헌정 사상 첫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데 대해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으로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대통령에게 칼끝을 겨누고 있는데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이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 수석은 23일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들은 청와대가 불타는 수레라고, 빨리 나오라고 하지만 그런 이유로 사의를 밝힌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의 임명을 받은 자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는 게 공직자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도 “지금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검찰의 ‘통제 불능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 경우 피로감을 느끼는 다른 장관들의 거취에까지 영향을 줌으로써 권력 내부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우려가 제기되자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오후 7시30분께 문자 메시지를 통해 “검찰의 수사결과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느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내부 붕괴나 갈등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검찰에 대한 불만·항의 표출
최 수석은 지난 21일 김 장관이 사의를 전달하자 자신도 같은 결심을 하고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나란히 사표를 내고 청와대가 이를 공개한 것은 검찰에 대한 항의와 불만을 표출한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에서는 “임명권자(대통령)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데 대해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이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는데 검찰총장은 사표를 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재직 당시 선후배 검사로부터 신망이 높았던 최 수석은 지난달 30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 후임으로 임명됐다. 공식 임명장은 지난 18일에야 받았다. 그런 그가 임명장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의를 밝힌 것은 김수남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를 향해 섭섭함을 토로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전에 청와대 참모들은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대응책을 준비해왔다. 한 참모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와 최 수석을 비롯해 참모들이 모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