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오페라 ‘로엔그린’의 주인공은 위기에 빠진 브라반트 공주 엘자 앞에 미지의 기사로 나타나 그녀를 구하고 남편으로서 나라를 수호하기로 한다. 조건은 자신이 누구인지 묻지 말라는 것. 그러나 엘자가 금기를 깨는 바람에 모든 것이 틀어진다. 바그너의 메시지는 순수한 영웅을 세속의 잣대로 판단하지 말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주 국립오페라단의 정기공연에선 달랐다. 로엔그린이 실체를 감추고 사람들을 현혹한 거짓 구원자로 그려졌다. 남편에게 누군지 밝히라는 엘자의 요구는 정당했던 셈이다. 안타깝다.

요즘엔 모든 걸 시국과 연관해 떠올리는데, 우리는 베일 속의 ‘그분’을 지도자로 뽑았고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정치 9단이라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많은 것이 드러난 지금도 모르겠다. ‘그분’의 정체가 무엇이고 무슨 판단으로 이러는지 말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