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학교수 출신이 대거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폴리페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폴리페서는 정치를 뜻하는 영어 ‘폴리틱스(politics)’와 교수를 의미하는 ‘프로페서(professor)’를 합친 말이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요직을 차지한 교수들이 전문성을 발휘하는 대신 정권의 하수인 역할에 충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 말까지 장·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된 249명의 직업을 전수 조사한 결과 19.3%인 48명이 교수 및 연구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료 출신(118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어 △법조인(26명) △정치인(19명) △군인(13명) △언론인(8명) △기업인(7명) 등의 순이었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부터 교수와 법조인을 선호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도 교수들이 일부 중용됐지만 현 정부처럼 부처 장·차관으로 대거 임명된 사례는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 정부에서 중용된 교수들은 다른 정부와 비교해 유독 많은 구설에 오르고 있다. 최씨 사태에 연루된 핵심 인사 중 상당수는 교수 출신이다.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이 대표적이다.

최씨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씨 인맥으로 분류되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각각 홍익대와 숙명여대 교수 출신이다.

교수 출신 장·차관 및 청와대 수석들이 행정 경험이 전무해 조직 장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책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지시만 따르는 ‘심부름꾼’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폴리페서를 바라보는 공직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잇따라 장·차관 정무직 공무원에 임명된 교수 출신 가운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은 거의 없다는 게 공무원들의 평가다.

교수 출신 장관이 재직했던 A부처 고위 관계자는 “퇴임 후 돌아갈 곳이 있는 교수 출신 장관은 부처 현안을 파악하는 데 별 관심이 없다”며 “현안을 챙기는 대신 대통령 보고나 정치 활동에만 관심을 쏟는다”고 지적했다.

B부처 관계자는 “교수 출신 장관들은 전공 분야 외 다른 분야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일이 적지 않다”며 “내부에선 오히려 업무 추진력이 강한 정치인 출신을 선호한다”고 털어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