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엔 한국식 '소맥' 클럽…음식·게임 등으로 한류 확산
베트남에서 한류의 인기는 상당히 높다. 한국 콘텐츠나 연예계 소식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업데이트된다. 베트남에서 가입자가 가장 많은 SNS ‘징미’에는 베트남 가요와 서양 팝음악 외에 K팝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 종합 인기순위의 상위권은 대부분 K팝이 차지한다. 한 K팝 팬사이트의 회원 수는 약 20만명에 달한다.
드라마도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베트남 사람에게 한국 드라마는 이미 친근한 문화 콘텐츠다. 1997년 베트남국영방송 3채널(VTV3)에서 드라마 ‘첫사랑’을 방영한 때부터 ‘한국 드라마가 전파를 타는 시간엔 거리가 한산해진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베트남은 연간 10여편의 한국 드라마를 수입했다. 최근엔 ‘상속자들’ ‘별에서 온 그대’가 큰 인기를 끌면서 케이블방송과 지방방송의 황금시간대를 한국 드라마가 독차지하는 추세다.
현행 법규에 따라 주요 시간대에 베트남 드라마를 내보내야 하는 국영 지상파 방송 VTV는 지난해 한국과 베트남 공동제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을 방영해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도 비슷하다. 지난 7월 개봉한 영화 ‘부산행’은 8월 초 베트남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유교적 가치관을 가진 베트남 사람들이 서구 콘텐츠에 비해 한국 드라마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분석한다.
한국과 베트남이 협업한 콘텐츠로 ‘대박 홈런’을 낸 경우도 있다. CJ E&M과 베트남의 합작영화 ‘마이가 결정할게2’는 개봉 당일에만 26만8000달러(약 3억1200만원)의 수입을 올리며 베트남 박스오피스 역대 1위에 올랐다. ‘내가 니 할매다’는 총 485만달러(약 56억4700만원)를 벌어들였다.
최근엔 K팝과 드라마 위주였던 한류 인기 범위가 크게 확장됐다. 예능 프로그램과 음식, 게임,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장르에 팬이 생겼다. 예능 프로그램 중엔 KBS ‘1박2일’과 SBS ‘런닝맨’ 등이 인기다. 국제교류재단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위주였던 한류 주요 향유계층도 10대 이하부터 20대 이상까지로 넓어졌다.
베트남은 인구의 65%가 35세 미만인 젊은 나라다. 한류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사람의 생활상을 세련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의류와 화장품, 식품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노이 중심가에선 한국 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등 국내 뷰티 브랜드가 다수 입점해 있고, 편의점에선 김밥과 김치를 판다. 최근엔 한국식 숯불구이 전문점 프랜차이즈도 여럿 생겼다. 한국 제품 전문 매장인 K마켓은 베트남 전국에 60여개가 들어섰다. 지난 4월엔 드라마 ‘태양의 후예’ 방영 이후 드라마 주인공이 모델로 활동하는 브랜드의 쿠션 화장품이 평소보다 약 두 배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