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도 한 몫
예상보다 낮은 가격…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보다 빠른 매각 의지가 더 커


지난 9월 우리은행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투자자는 총 18곳이었다.

그러나 지난 11일 본입찰에 참여한 곳은 8개 투자자에 불과했다.

또 예비입찰 참여자들이 제출한 지분 투자의향서(LOI)상 매입 규모 합계는 82~119%에 달해 정부의 예정 매각 물량인 30%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본입찰에 참여한 투자자의 입찰 물량은 33.7%로 정부 매각 물량을 겨우 넘겼다.

예비입찰과 비교하면 흥행 면에서는 부진한 것이다.

결국 정부는 이날 공자위 의결을 거쳐 7개사를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으며 총 29.7%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번에 과점주주 매각 낙찰자가 된 7개 투자자는 모두 국내 금융사다.

중국의 안방보험이 투자했지만, 국내 금융사인 동양생명을 통해 이뤄졌다.

반면 일본계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와 유니슨캐피털, 홍콩계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외국계 투자자들은 모두 본입찰에서 발을 뺐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서는 국내 정치 불안과 미국 대선 등으로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 투자자는 최근의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계획과 달리 연기금 등에서 자금유치에 실패하면서 투자 참여를 포기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은행의 주가가 크게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통한 경영 참여보다는 민영화에 따른 주가 상승으로 시세차익을 거둘 것을 기대했지만, 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올라 투자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사실상 국내 투자자에만 매각이 이뤄져 이번 매각은 민영화 측면에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남은 예보 보유 지분을 매각할 때는 금융당국의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외국인 투자자가 들어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완전한 민영화를 이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번의 시도 만에 우리은행 지분 매각에 성공한 것에 대해 금융업계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매각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우리은행의 주가는 주당 1만원을 밑돌았고,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발표했던 8월에도 겨우 1만원을 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 민영화의 기대감으로 꾸준히 오르더니 본입찰 당일 1만2천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정하는 우리은행 지분 매각 최저 가격인 예정가격도 1만2천500원 내외로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번 매각처럼 경영권이 없는 블록딜의 경우 일반적으로 종가에 3~5%가량을 할인해 팔지만, 정부가 매각 조건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내걸었고 사외이사 추천권이라는 당근도 있어 예정가격이 종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날 낙찰자 결정에 따른 공적자금 회수 규모를 보면 매각 가격은 주당 1만 2천원을 밑도는 것으로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에서는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보다는 매각 성공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매각 성공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원장으로서 해야 할 주요 과제로 삼았다.

금융위는 2010년부터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 행장도 '2년 안에 민영화를 하겠다'며 3년인 은행장 임기를 2년으로 줄였고, 우리은행 투자자 모집을 위해 전 세계를 돌며 기업설명회(IR)에 나서기도 했다.

여기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보다는 빠른 매각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고, 공자위가 이들과 지속해서 소통하면서 의견을 담아낸 것도 매각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여건이 크게 악화해 매각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정부나 우리은행 모두 매각 의지가 강해 매각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