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크’에 주저앉았던 아시아 주식시장이 하루 만에 ‘충격 이전’으로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뒤 거래가 시작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예상외의 강세장이 펼쳐진 영향이 컸다. ‘가장 강력한 경제 성장’을 강조한 대통령 수락 연설이 시장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다.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미국발(發) ‘허니문 랠리’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학습효과’로 국내 시장도 강한 복원력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펼칠 정책 방향과 강도를 예상하기 어렵고 무역, 환율 등 세계 경제 전반에 끼칠 영향력의 범위가 넓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트럼프 시대] "가파른 V자 반등보단 변동성 큰 W자 회복"
◆하루 만에 낙폭 만회

10일 코스피지수는 2.26%(44.22포인트) 오른 2002.60에 장을 마쳤다. 전날 하락폭(-2.25%)을 단숨에 만회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2000억원 넘게 유가증권시장에서 돈을 뺐던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수(462억원어치)로 돌아섰고 기관투자가도 대규모 ‘사자’(2315억원어치) 주문을 이어갔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3.32%) SK하이닉스(3.4%) 삼성물산(3.81%) 아모레퍼시픽(4.97%) 포스코(6.7%) 등의 상승폭이 컸다. 30위 내 종목 중 자동차 관련주를 제외하면 대부분 종목에 빨간불(상승)이 들어왔다.

전날 장중 9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코스닥지수도 떨어진 만큼(-3.92%) 올랐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3.92%(23.49포인트) 상승한 623.23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셀트리온(4.61%) 메디톡스(9.99%) 코미팜(5.02%) 바이로메드(7.33%) 등 제약·바이오업종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어제 아시아 주식시장이 많이 빠진 것은 예측 실패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후 트럼프가 수락 연설을 통해 후보자 시절과는 달리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유럽과 미국 시장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통상문제에서도 공정하게 하겠다는 등의 발언이 향후 위험자산에 악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석됐다는 설명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모두 승리하면서 경제가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변동성은 여전히 경계해야

‘트럼프 당선 후폭풍’으로 1800선 중반까지 뚫릴 수 있다고 경고한 증권업계는 이날 시장의 강한 반등에 다소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급등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시장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온 브렉시트 당시의 학습효과도 공포 심리를 누그러뜨렸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브렉시트가 결정된 당일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3.09% 급락했다. 하지만 이후 6거래일 연속 오르며 ‘V자’ 반등 그래프를 그렸다.

그럼에도 브렉시트 때와 같은 지속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는 영국이 결정한 이후에도 실제로 이행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바로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방향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도 “큰 바닥은 친 것 같지만 ‘V자’보다는 ‘W자’ 반등을 염두에 두고 개별 종목의 실적을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격이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변동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추가 상승에는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정현/고은이/김진성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