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는 현대홈쇼핑은 그룹 특유의 ‘내실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이었다. 과감한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영업을 통한 이익 극대화 전략을 펴왔다. 반면 현대홈쇼핑과 경쟁하는 GS홈쇼핑, CJ오쇼핑은 각각 상품 총 판매액을 뜻하는 취급액과 수수료 매출액 등 외형 확대에 집중했다. 홈쇼핑업계에서는 ‘영업이익 1위는 현대홈쇼핑, 취급액 1위는 GS홈쇼핑, 매출 1위는 CJ오쇼핑’이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현대홈쇼핑이 공격경영에 나서며 외형 성장에 집중하기 시작한 반면,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수익성 챙기기로 전략을 바꿨다.
◆외형 확대에 신경 쓰는 현대

현대홈쇼핑은 올해만 20여개의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를 선보였다. 디자이너 정구호 씨가 만든 ‘J BY’를 비롯해 디자이너 황재근 씨의 ‘쿠니’ 등이 새로 나왔다. 계열사인 한섬을 통해 고급 남성복 브랜드 ‘모덴 옴므’도 출시했다. 김종인 현대홈쇼핑 패션트렌드사업부 상무는 “프리미엄 패션 상품군을 앞세워 패션부문 매출을 1조원대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투자의 결과는 외형 확대로 이어졌다. 올해 3분기 현대홈쇼핑의 상품 총 판매액(취급액)은 8511억원이었다. 백수오 파동이 있기 전인 2014년 3분기에 비해 22% 증가했다. GS홈쇼핑(취급액 8751억원)과 CJ오쇼핑(7728억원)이 같은 기간 각각 5.4%, 1.6% 성장한 데 그친 것에 비해 성장 폭이 컸다. 수수료 등을 감안한 실제 매출은 2년 전에 비해 5.7% 늘었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백수오 파동 이전 매출을 회복하지 못했다.

홈쇼핑업계에선 현대홈쇼핑이 그동안 이익 위주 전략으로 내실을 충분히 다졌다고 판단해 외형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중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챙기는 CJ·GS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이익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다. CJ오쇼핑은 올해 초 허민회 대표 취임 후 외형 확대에 유리한 의류 비중을 줄이고 소비자의 구매 패턴 변화에 맞춰 이미용품과 식품류를 늘렸다. 올 3분기 CJ오쇼핑은 27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작년 3분기 대비 28.5% 증가해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이익률이 높은 TV쇼핑부문의 매출이 10%나 증가한 것이 이익 확대로 이어졌다. GS홈쇼핑도 3분기에 241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인터넷 판매와 관련된 마케팅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내실 경영 기조를 선택한 것은 외형 경쟁이 실속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내년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경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영업이익 1위를 달리던 현대홈쇼핑은 3사 중 유일하게 이익이 줄었다.

◆해외사업 안정화는 공통 과제

CJ오쇼핑의 중국 법인인 남방CJ는 올 3분기 19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인도의 숍(SHOP)CJ 적자는 58억원이었다.

GS홈쇼핑은 8개 해외 법인 중 중국과 베트남을 제외한 6곳이 3분기 누적 기준 손실을 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 사업은 진출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단기간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며 “하지만 해외 법인들이 대부분 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도 중국과 베트남 등 진출국에서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