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에 암살 임무 지시, 귀국 후 테러 음모 분쇄 차원
정보기관서 수집 자료 통합, '불법 암살' 시비 재연 전망

영국 정부가 이라크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열성 간부로 활동하다 전세가 불리해지자 귀국을 시도하는 자국인 200여 명을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영국 언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선데이 타임스,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라크에서 IS 지휘부 제거 등의 임무를 담당해온 영국 육군 특수부대 SAS(공수특전단)가 영국 국적으로 IS 등에서 간부로 활동해온 200명가량의 '살생부' 명단을 건네받아 임무 수행에 나섰다.

선데이 타임스는 SAS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살생부에 포함된 영국 국적 IS 조직원들이 귀국 후 영국 내에서 테러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귀국 전에 사살하거나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익명을 요구한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살생부에는 범죄자 수백 명의 명단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영국 출신"이라며 "그동안 체포망에서 벗어난 영국 국적의 이슬람 과격파 추적에 집중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 합동특수전사령부(JSOC)에 작전 배속된 SAS 요원들이 다국적 특수부대의 일원으로 IS 내 외국인 조직원들을 최대한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고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작전은 다국적 특수부대 작전으로, SAS는 자체 작전 계획에 따라 영국 국적자들의 추적에 나서는 것"이라며 "이 작전은 사살 또는 생포 임무이며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영국 국적 조직원들의 정확한 숫자와 신원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영국 국적의 IS 조직원 수는 최고 700명으로 추산되며, SAS는 이 가운데 영국에 직접 위협이 되는 200명가량의 간부 제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에는 영국 대학에 전자공학을 전공하다 IS와 다른 테러 조직에 가담하기 위해 나선 최소 12명의 폭탄 제조 전문가들로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살생부에 포함된 남녀 명단은 MI5(국내 정보국), MI6(대외정보국), GCHQ(통신정보본부) 등 정보기관에서 취합한 것들로, 이들 중에는 잉글랜드 켄트에 살다 어린 아들과 함께 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잠입한 여성 샐리 존스도 들어 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존스는 현재 시리아에서 IS 조직원 모집 선전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에 파견대 본부를 둔 미국 합동특수전사령부(JSOC)에 배속된 SAS 대원들에게 이번 임무는 SAS 발족 75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비밀 작전을 수행 중인 SAS를 중심으로 한 영국 특수부대원 규모는 100명가량으로 모술 탈환전 등에서 이라크군에 대한 작전 자문 등 지원 임무를 하고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이번 작전에 대해 비난과 우려성 목소리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 2011년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지시로 시리아에서 IS 조직원으로 활동하는 두 명의 영국인을 상대로 드론을 동원해 공습한 이후 정부가 불법 암살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