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최순실 사태’와 관련, 거듭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검찰조사와 특검수사까지 받겠다고 밝혔다. 68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에 생긴 의혹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된 상황이 실로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박 대통령은 “이 모든 사태는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며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사과 자체는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그간의 과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게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대목에도 일리가 있다. 이 판국에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검찰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한 수사로 국정 농단의 전모를 가능한 한 빨리 밝혀내야 한다. 오로지 진실만 보고 나아가야 나라가 살고 검찰도 산다.

대통령의 뒤늦은 자성과 한탄에도 불구하고 향후 정치와 대통령 처신에 대한 구체성 있는 일정 제시가 없었다는 점에서는 다수 국민의 기대치에 모자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여야 대표들과 소통하겠다고는 했지만 국정 정상화를 위한 법적이고도 실효성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혹평도 그런 측면을 부각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야당도 국가 운영에 대한 강한 책임의식을 가져야만 한다. 거듭된 사과와 수사 수용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공격과 매도를 하는 데는 정략적 계산이 있다는 일각의 의구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야당의 반응이 차기 대선과 연계한 정략일 뿐이라면 이는 민주당의 허약함만 드러내는 것이다. 야당은 이미 국회를 지배하고 있다. 정계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아무런 이니셔티브도 내놓지 못한 채 거국내각과 하야, 탄핵을 놓고 정략적 이해득실만 계산하는 상황이라면 이는 실망스러운 사태의 전개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국민의당이 대통령 사과 연설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주당도 이제는 국정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시험대에 오른 것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