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4관왕 '퍼즐 맞추기' 눈앞
“1라운드를 괜찮게 끝내니 욕심이 나네요. 화룡점정 해야죠.”

내년부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무대를 옮기는 박성현(23·넵스·사진)의 표정은 밝고 여유로웠다. 국내 투어(KLPGA) 잔류냐, 미국 무대 진출이냐로 복잡했던 거취 문제를 훌훌 털어버린 덕일까.

박성현은 4일 경기 용인시 88CC(파72·6598야드)에서 개막한 KLPGA투어 팬텀클래식YTN 대회 1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쳐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시즌 8승을 향한 유리한 고지다. 박성현은 “중학생 때 처음 출전한 대회 코스가 88CC였다”며 “푹 쉬고 나와 집중이 잘됐고 시야도 넓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2주간 휴식을 취한 박성현은 이번 대회 프로암까지 건너뛴 뒤 1라운드에 출전했다.

◆4관왕 마지막 퍼즐 잡아라

박성현은 지금까지 3관왕을 확정했다. 상금왕(13억2622만원), 다승왕(7승), 최저타수상(69.55타)이 그의 몫이다. 이번 대회까지 제패하면 시즌 8승 달성은 물론 4관왕의 마지막 퍼즐인 대상포인트(올해의 선수상 격)에서도 1위에 올라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박성현은 같은 소속사인 고진영(21·넵스)에게 대상포인트에서 1점이 뒤져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우승 포인트 50점을 더하면 고진영을 최소 49점 차로 따돌릴 수 있다.

고진영이 이 상황을 다시 뒤집으려면 이번 대회 10위권에 들어 포인트 21점 이상을 챙겨놓고, 오는 11일 열리는 시즌 마지막 대회 ADT캡스챔피언십(40점)에서도 박성현을 29점 차 이상으로 따돌려야 한다.

10번홀(파5)에서 출발한 박성현은 첫 홀부터 버디를 잡아내며 기세 좋게 출발했다. 이어 12번(파4), 14번(파4), 15번(파3)홀에서 내리 버디를 잡은 뒤 후반 5번(파4), 8번홀(파5)에서도 버디 2개를 추가해 단숨에 6언더파 단독 선두를 꿰찼다. 마지막 홀(파4) 보기가 아쉬웠다. 20m를 남기고 친 그린 러프 어프로치가 홀컵을 스치고 5m가량 지나친 것. 박성현은 “클럽 헤드가 풀을 먼저 맞는 바람에 공이 멀리 날아갔다”며 “더블 보기가 나올 수 있던 걸 2퍼트 보기로 막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고진영은 이날 박성현에 6타 뒤진 1오버파로 31위에 머물렀다.

◆이승현, 1억3000만원짜리 홀인원

지난주 열린 혼마골프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 챔피언인 이승현(25·NH투자증권)은 이날 13번홀(130m)에서 행운의 홀인원을 터뜨려 고급 자동차(BMW730d X드라이브)를 챙겼다. 시가 1억3270만원 상당으로, 지난 대회 우승 상금(1억원)을 넘는 특별 보너스다. 7번 아이언으로 깃대를 보고 똑바로 친 샷이 그대로 홀컵에 빨려들어갔다. 이승현은 “정규투어 첫 홀인원인데 지난 대회 우승에 이어 행운이 잇따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기뻐했다.

올 시즌 루키인 이다연(19)이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뽑아내 홍진주(33·대방건설)와 함께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상금순위 63위인 이다연은 이번 대회에서 상금순위를 60위 안으로 끌어올려야 내년도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어 상위권 성적이 절실하다.

지난달 결혼한 ‘새색시’ 허윤경(26·SBI저축은행)도 13번홀(파4)까지 5언더파를 치며 한때 박성현과 나란히 공동 선두에 올라서는 등 모처럼 펄펄 날았다. 하지만 14번홀(파4)에서 티샷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나는 바람에 한 홀에서만 3타를 잃고 제동이 걸렸다. 3언더파 공동 3위. 14번홀은 이날 ‘마의 홀’로 선수들을 괴롭혔다. 이정은(20·토니모리)과 신인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소영(21·롯데), 올 시즌 2승을 올린 김해림(27·롯데)도 이 홀에서 OB를 냈다.

용인=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