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일 현 정권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60·최서원으로 개명·사진)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최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금을 강제로 모금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던 중 긴급체포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와 사기미수 혐의로 최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씨의 영장실질심사는 3일 오후 3시부터 한정석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열린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을 때 성립된다. 특수본 관계자는 “최씨는 공무원이 아니지만 안 전 수석과 모의해 두 재단 설립과 관련된 돈을 기업들로부터 뜯어냈다”며 “최씨와 안 전 수석이 공범이자 (재단 불법 설립의) 주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공모해 774억원을 대기업에서 받아낸 뒤 재단을 불법 설립했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재단 설립 후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으로부터 70억원을 추가로 받아낸 뒤 돌려준 행위도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안 전 수석이 지난 2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만나 K스포츠재단에 70억~80억원 지원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최씨가 세운 회사 더블루케이가 K스포츠재단과 7억원 상당의 연구용역을 맺은 데는 사기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특수본 관계자는 “더블루케이는 용역계약 제안서조차 쓸 능력이 없는 회사였음에도 계약을 맺어 돈을 받으려다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용역계약은 이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 관계자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는 아직 수사 중”이라며 “최씨의 범죄 혐의가 밝혀지면 추가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은 “검찰에서 사실대로 밝히겠다”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은 “검찰에서 사실대로 밝히겠다”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검찰은 이날 안 전 수석을 밤 11시40분께 긴급체포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 혐의에 대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출석 전 핵심 참고인들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했다”며 “체포하지 않으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높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안 전 수석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이다. 그는 두 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들로부터 자금을 강제 모금한 ‘핵심 배후’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께 검찰에 출석한 안 전 수석은 “참담하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사실대로 밝히겠다”고 했다.

안 전 수석은 최근 측근에게 “박 대통령과 최씨가 ‘직거래’를 했다. 나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심부름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이 검찰 조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면 검찰의 박 대통령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 전 수석은 검찰 특수통 출신인 홍기채·김선규 변호사(법률사무소 담박)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담박은 검사 시절 ‘검객’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남기춘 전 검사장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이다.

특수본은 이날 현 정권의 또 다른 비선 실세로 알려진 차은택 광고감독 의혹과 관련해 차씨의 측근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자택과 전남 나주 콘텐츠진흥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