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를 불과 1%포인트 차로 추격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2일 12%포인트까지 벌어진 격차가 10일 만에 이렇게 좁혀졌다. FBI가 클린턴의 개인 메일 수사를 재개했다고 해서 갑자기 좁혀진 것도 아니다. 트럼프 지지율은 22일 이후 매일 1%포인트씩 상승하고 있다. 부동표가 차츰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층은 등록 유권자의 8%에 달한다. 여성 경시발언과 성희롱 등으로 한때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미국 유권자들이 다시 찾고 있다. 영국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암수(暗數)가 결과를 갈랐다. 미국 대선은 후보자 개인이 아니라 결국 정당의 이념으로 승부가 갈린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이번 대선은 물론 오바마 정부 8년간의 공과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클린턴은 오바마를 승계하고 있다. 선거에서 클린턴이 승리하면 제3기 오바마 정권이 탄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바마 정부는 지지도가 50%를 웃돌지만 추상적 언어의 성찬으로 일관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 케어)은 최근 큰 사회적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오바마 케어가 죽은 트럼프를 부활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국정 전반에 일대 수정 작업이 불가피하다. 보호주의 정책이 도입되고 이민이나 외교 안보정책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인들의 저류에 흐르는 민심을 정책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대선 결과는 세계의 외교 안보 지형은 물론 동북아 정치 경제에도 큰 변화를 불러온다. 하지만 지금 한국 정치는 이런 세계 정세의 변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트럼프 진영은 더욱 안중에도 없다. 트럼프를 만난 정치인도 찾아볼 수 없다. 트럼프 정책을 분석하거나 한국에 미칠 영향을 전망하는 보고서 역시 없다. 그저 트럼프의 기행에만 가십적 관심을 가질 뿐이다. 이러다 정말 트럼프가 당선되면 어떻게 할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