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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서강대·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 등 시국선언 이어져

10월 마지막 일요일인 30일 아침, 서울 광화문광장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세종대로는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29일 밤 늦게까지 서울 도심 곳곳에선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남녀노소가 몰려들었다.

진보진영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_박근혜 시민 촛불'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 인원은 2만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 2000여 명)이다.

이날 집회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고서 처음 열린 첫 주말 집회여서 향후 정국 방향을 가늠할 민싱의 바로미터였다. 경찰도 이날 집회 분위기를 예의주시했다.

경찰은 당초 3000∼4000명 참가를 예상했으나 이날 참가자는 경찰 추산으로도 예상 인원을 배 이상 웃돌았다. 집회 장소인 청계광장이 가득 차 주변 청계천로에까지 인파가 빼곡하게 운집했다.

정부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질 만큼 국민적 공분이 컸던 탓인지 이날은 평소 집회에 잘 참석하지 않던 시민이나 어린 학생들까지 모습을 보였다. 대학생 김모 씨(24)는 입하 후 시위 현장에 처음 나왔다고 말했다.

여고생 정모·김모 양은 "기사를 읽다 너무 화가 나서 나왔다. 교과서에서 배운 거랑 전혀 다르지 않나" 며 "대체 무슨 생각으로 (대통령이) 자리에 아직 앉아있는지 모르겠다. 어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래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김모 씨(75)는 "박 대통령이 정말 진실하게 양심적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국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 이라며 "나도 박 대통령 지지자였지만 이제 돌아섰고, 요즘 잠도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대선행보를 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박주민 의원, 정의당 노회찬·이정미·김종대 의원, 무소속 김종훈 의원 등 야당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7시 10분께 집회를 끝내고 행진을 시작했다. 당초 행진 경로는 종로를 거쳐 북인사마당까지였으나 도중에 진로를 변경, 세종로사거리를 거쳐 청와대 방면인 광화문 광장까지 이동했다.

이날 시위 행진 과정에서 종로1가와 광화문 광장 좌우 세종대로 전 차로가 한때 시위대에 점거됐다. 경찰은 광화문 북단에 저지선을 치고 시위대의 전진을 막았다. 시위대가 물러나지 않으면서 양측 간 밤늦게까지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72개 중대, 약 8000명을 투입했다. 대치 중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A씨(26)가 연행됐다가 신원 확인 후 석방됐다. 경찰은 애초 신고된 행진 경로를 벗어나 도로를 점거한 다른 참가자들도 채증 자료를 토대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날 집회에 앞서 현 시국의 엄중함을 지적하는 청소년들의 기자회견도 열렸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종로구 북인사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 하야와 최순실·정유라 모자 처벌을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 퇴진을 촉구하는 대학가 시국선언도 이어졌다. 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카이스트·한양대·홍익대 10개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이날 한양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 퇴진과 '최순실 게이트'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순실과 비선 조직이 국정운영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특검으로 밝혀야 한다"며 "현 정부에서 여전히 활동하는 '최순실 부역자'들은 권한을 포기하고, 다음 대선까지 국정운영을 이끌 초당적 기구를 설립하라"고 요구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