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변곡점'맞았나
미국·유럽 주요국 국채금리 8월 이후 급등
유가 반등·미국경제 호조로 물가상승 압력
"디플레 국면이 인플레로 돌아서는 징후"
27일(현지시간)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요국과 미국의 채권시장에선 국채 수익률이 급등(국채 가격은 급락)하는 ‘채권 발작(bond tantrum)’ 현상이 발생했다. 발단은 영국이었다. 이날 영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치 0.3%를 깬 0.5%로 나오자 길트(영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0.08%포인트 급등한 연 1.25%까지 치솟았다.
당초 영국 중앙은행(BOE)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한 국채 투자자는 망연자실했다.
◆패닉에 빠진 채권 투자자
국채 투매 바람은 곧장 독일로 날아갔다. 이날 분트(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0.08%포인트나 급등하며 연 0.17%까지 상승했다. 뉴욕 시장에서도 미 국채가격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금리가 0.06%포인트 급등한 연 1.85%를 기록하며 지난 6월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월가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연말 전망치 1.7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CNBC는 이날 선진국 국채금리 폭등이 2014년 이후 최대폭이라며 ‘발작’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국고채 금리가 두 달 이상 큰 폭(0.20%포인트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간 것은 2013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2013년 5월부터 8월까지 벤 버냉키 당시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면서 채권시장 ‘긴축발작(taper tantrum)’이 발생한 게 첫 번째다. 다음은 작년 10~12월 미국이 9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아시아 신용위기설이 확산하던 때다. 당시 금리 상승폭은 이번보다 작았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팀장은 “최근 금리 상승은 선진국들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나타난 것이어서 과거의 상승과 성격이 다르다”며 “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까지 가세하면서 향후 금리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1.5%, 유로존은 0.4% 상승하면서 2014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단적인 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 국채(10년물) 금리가 올해 연 2%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월가도 12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을 80%로 예상하고 있다. 스탠리 피셔 미 중앙은행(Fed) 부의장도 최근 “인플레이션 속도가 과해질 수 있다”며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 자금 조달 차질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율 상승은 임금과 원자재 가격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5% 이하의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하면서 시간당 임금이 상승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선에 안착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지난 19일 배럴당 51달러를 넘어서며 작년 7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고를 나타냈다.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는 전고점이던 2011년 4월과 비교해 지난 1월까지 58% 하락했지만 이후 9% 반등했다.
랭크 딕스마이어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글로벌 채권 대표는 “인플레이션율 상승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지금껏 채권시장이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던 위험”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중앙은행(ECB)의 돈 풀기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양적완화가 종료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면서 국채 투매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국내에선 회사채 금리가 국고채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우량 기업들조차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AA+’(상위 두 번째) 우량등급을 받고 있는 삼성물산은 28일 5년 만기 회사채 20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했으나 결국 100억원어치를 팔지 못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을 우려한 기관투자가들이 매수를 주저한 탓이다. 국내 ‘AA’ 등급 3년 만기 회사채 평균 금리는 이날 연 1.88%로 지난 8월 이후로만 0.34%포인트 급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월 글로벌 배터리팩·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체 FBPS와 맺은 4조원 규모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 지난주 미국 포드와 계약한 9조6000억원 물량이 해지된 데 이어 또다시 대형 악재가 터진 것이다.LG에너지솔루션은 FBPS의 배터리사업 철수로 지난해 4월 체결한 19GWh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고 26일 공시했다. 전기버스(250㎾h 규모 기준) 7만8000대 분량이다. 계약 해지 금액은 이날 환율 기준 3조9217억원이다. 전체 계약액 27억9500만달러 가운데 이미 이행된 물량(1억1000만달러)을 제외한 잔여분이 취소됐다.FBPS는 독일 프루덴베르크그룹이 2018년 미국 배터리팩·BMS 업체 잘트에너지를 인수하면서 출범한 회사다.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에 팩 조립 공장을 운영해 왔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모듈을 공급받아 팩으로 조립한 뒤 대형 전기버스 전기트럭 등 북미 상용차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전기차 시장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판단에 최근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LG에너지솔루션의 대규모 공급 계약 해지는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지난 17일에는 포드와 맺은 9조6000억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이 파기됐다. 포드가 수익성을 앞세워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고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T3)과 전기 상용 밴 개발 계획도 취소했기 때문이다.14조원 넘는 일감이 증발한 LG에너지솔루션은 중장기 공장 가동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재무적 충격은 크지 않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통상 대형 수주를 하면 고객사 요구를 반영해 전용 라인을 구축하지만, 이번 계약은 기존 라인에서 생산할 수
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 국방부로부터 호위함을 수주하며 ‘함정 수출 20척’ 달성을 예고했다.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국방부와 3200t급 호위함 2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8447억원으로, 두 함정은 2029년 하반기 인도된다.이번 계약은 HD현대중공업이 앞서 필리핀에 인도한 2600t급 ‘호세 리잘급’과 3200t급 ‘미겔 말바르급’ 호위함(사진)의 운용 성과가 바탕이 됐다. 기존 함정의 품질과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추가 발주로 이어진 것이다.필리핀은 해군 현대화 사업인 ‘호라이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이 추가 수주한 호위함은 올해 인도된 미겔 말바르급과 동일한 사양 기반이어서 필리핀 해군이 운용 중인 지휘통제 및 작전 체계와의 호환성이 크다.HD현대중공업이 필리핀에 수출하는 함정은 12척으로 늘어났다. 회사는 이를 통해 전 세계 누적 함정 수출 실적이 20척이 됐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HD현대미포와의 합병을 마무리하고 HD현대미포의 독·설비·인적 역량을 결합해 함정 건조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함정·중형선사업부 대표)은 “이번 계약은 한·필리핀의 공고한 전략적 파트너십이 이뤄낸 성과이자 HD현대중공업의 기술력과 사업관리 역량이 확인된 결과”라며 “필리핀 해군의 신뢰받는 핵심 파트너로서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김진원 기자
신세계에서 임직원과 일부 협력사 직원의 사번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가 발생했다.신세계그룹은 26일 "그룹 내부 인트라넷 시스템에서 임직원 8만여명의 사번이 외부로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출된 정보에는 일부 직원의 이름, 소속 부서, IP 주소도 포함됐다. 다만, 고객 정보는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신세계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 신세계I&C는 사고를 인지한 직후 관련 시스템과 계정을 긴급 점검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차단 조치를 시행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과 영향 범위는 관계기관과 협력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해당 사실은 사내 공지를 통해 전 임직원에게 안내됐으며, 업무용 시스템 계정의 비밀번호를 즉시 변경하고 의심스러운 이메일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신세계I&C 관계자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보안 관리 체계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