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생략…"일단 現지도부 신임"
특검 논의 제안·개헌론 재점화 등 정국 주도권 복구 태세


새누리당이 이른바 '최순실 비선 실세 파문'이라는 메가톤급 악재에 따른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서서히 내부 전열 정비와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청와대·내각의 대폭 개편을 비롯한 국정 전반의 쇄신을 공개 요구하고 야당의 특검 제안도 전격적으로 수용한 데 이어 이날은 개헌 이슈를 다시 꺼내들면서 정국 주도권 복구를 모색한 것이다.

그러나 연일 새로운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다 당내에서는 지도부 총사퇴, 대통령 탈당 문제 등을 놓고 내홍 양상마저 보이고 있어 대선 정국을 앞두고 '자중지란'이 심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정현 대표 주재로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모두발언 없이 5분만에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번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당사에 상주하면서 상황을 지휘하겠다고 선언한 이 대표는 회의에서 일각의 지도부 총사퇴 요구에 대해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면서도 "그러나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우선 흔들림 없이 당무를 챙기고, 민생경제도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최고위에서는 당 사회복지특위 및 교육개혁특위 구성안을 의결했으며, 내년도 예산안의 본격적인 심의를 위한 당정 협의회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사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 아니냐"면서 "일단 현 지도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일단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씨와 관련한 추가 의혹에 대해서도 "누구 말이 맞고, 누구 말이 틀린 지 사실확인이 안되기 때문에 거기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성원 대변인도 이날 공식논평을 통해 "우리 당은 대통령을 둘러싸고 발생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현재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고 대내외 경제적인 여건과 안보상황도 매우 위중하다"며 국정 현안을 충실하게 챙기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 "자신의 문제는 뒤로 한 채 국가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고려한 강경한 행보를 벌이고 있다"며 '송민순 회고록 파문'을 다시 이슈화하려는 태세를 보이기도 했다.

전날 '최순실 특검'을 전격 수용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의 '별도 특검' 주장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서 상설특검을 만들어 놓고 이를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면 되겠느냐"고 일축하면서 '강경 모드'로 선회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최순실 비리의혹 사건은 개헌 논의의 걸림돌이 아니라 기폭제가 돼야 한다.

야당과 국회 개헌특위 설치를 본격 논의할 것"이라면서 개헌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그러나 김무성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등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거국 중립 내각' 구성을 촉구하고, 이에 지도부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당내 불협화음은 계속되는 양상이다.

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수세에 몰려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이번 파문과 별개로 당 차원에서 할 일은 하면서 야당에 끌려다니지만은 않겠다는 게 지도부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류미나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