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청와대 참모진 개편 등 후속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5일 최순실 씨가 연설문 작성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여론이 가라앉기는커녕 더 들끓고 있어서다.

청와대 참모들은 26일 “모든 카드가 다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을 잠재울 마땅한 카드가 없다고 토로했다. 비선실세 최씨의 국정 개입이 박 대통령의 용인 아래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모든 화살이 박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개편을 요구하지만 박 대통령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인물난이다. 한 관계자는 “1년4개월 동안 ‘식물정부’가 될 수도 있는데 장관을 하겠다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또 “대통령 본인의 문제로 내각을 총사퇴시킨다면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최씨 사태로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후임 인선을 제때 못하면 그야말로 국정이 마비될지 모른다는 부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쇄신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새누리당 지도부로부터 대대적인 인적 쇄신 요구를 전달받은 뒤 이정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당의 제안에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한 참모는 “일부에서 참모진 일괄 사퇴론이 나오고 있으나 난파선에서 배를 버리고 떠나자는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참모진 전면 쇄신보다 이원종 비서실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우병우 민정수석 등 일부 참모가 동반 사퇴하는 방안이 가장 먼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모두 최씨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정호성 부속비서관을 비롯해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일명 ‘문고리 3인방’의 즉각 해임을 요구하지만 박 대통령은 본인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민심이 누그러지지 않으면 야당과 새누리당 일각에서 요구하는 탈당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여권 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수용하기 힘들지만 야당 측이 제기한 ‘거국중립내각’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청와대 참모진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참모들은 “최씨를 빨리 검찰에서 잡아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분노가 조금이라도 가라앉지 않겠느냐”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 수석비서관은 “당혹스럽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고, 한 비서관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2년간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A씨는 “너무 황당하고 허탈한 심정이며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전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