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싸움으로 비춰지면 폭넓은 지지 얻기 어려워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87년 개헌 이후 한국 사회는 세계화 정보화 등 큰 변화를 겪었다”며 “지난 30년간 달라진 사회 상황을 새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모든 국민은’으로 시작하는 헌법 조항은 세계화 시대에 해석상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모든 인간은’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또 “정보화 흐름에 발맞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고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게 노인과 아동의 권리에 대해 별도의 기본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등권 조항은 사회 변화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 금지만 규정한 현행 평등권 조항에 차별 금지 사유를 보다 다양하게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은 평등의 의미를 너무 좁게 해석하고 있다”며 “연령, 인종 등에 따른 차별금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극화 심화에 따라 취약계층 보호에 관한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만 돼 있는 사회권 조항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 기본권 강화 논의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각 정파와 시민단체 등의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또 “국회의원 면책특권·불체포특권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지나친 면이 있어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등 시장경제 원리와 상충하는 내용도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정 수 이상 국민 동의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 등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영토와 통일 관련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이념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논의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유승호/김채연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