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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폭로 사이…회고록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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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스토리 - 논란 일으켰던 폭로

    노태우 "YS에 대선자금 3000억 줘"
    YS "전두환, 박정희에 권력욕만 배워"
    DJ "노무현 자살은 MB정권이 강요한 것"

    노무현 "장물인 정수장학재단 주인이 정권 잡으려…"
    MB "친박의 세종시 수정안 부결, 정운찬 견제용"
    기록과 폭로 사이…회고록의 정치학
    “현대정치사를 내 손으로 쓴다는 심정으로 이 글을 썼다.”(김영삼 전 대통령) “황혼은 찾아왔고 … .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남기려 한다. 역사에 바치는 마지막 의식으로….”(김대중 전 대통령)

    두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은 이렇게 시작한다. 역사적 소명의식, 비장함이 묻어난다. 회고록은 한 개인 삶의 궤적을 적은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직위에 있었거나 위대한 업적을 이룬 인물의 회고록은 중요한 사료가 되기도 한다. 한국의 대통령 등 정치인의 회고록은 ‘양김(金)’의 이런 다짐에 충실하지 못했다. 출간될 때마다 정치적 파장을 몰고 왔다.

    재임 중 국정에 대한 성찰보다 전직 또는 후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진영 싸움의 원인이 되곤 했다. 역대 대통령 10명 가운데 이승만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자서전 준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6명이 회고록을 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자금,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를 각각 터뜨려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됐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놓고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회고록이 나올 때마다 정치적 라이벌에게 비수를 겨눠 논란을 불러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 가운데 회고록을 처음 낸 사람은 윤보선 전 대통령이다. 1991년 출간된 《외로운 선택의 나날》이란 제목의 회고록에서 “내 청와대 생활은 거짓 없이 바늘방석에 앉은 격이었다”고 했다.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실각하는 과정에서 겪은 심적 고통을 주로 담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18년 만인 2011년 펴낸 《노태우 회고록》에서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민자당 후보에게 대선 자금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선 막바지 김영삼 후보로부터 자금이 모자란다는 SOS(긴급요청)를 받았다”며 “금진호 상공부 장관과 이원조 의원을 통해 2000억원을, 대선 막판 김 후보 측에 직접 1000억원을 지원했다”고 털어놨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 “권력을 향해 하나에서 열까지 투쟁하는 자세가 변함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노태우 정부에서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정무장관도 2005년 펴낸 회고록 《바른역사를 위한 증언》에서 1989년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한 사실을 밝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00년 1월 출간한 《김영삼 회고록》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부정부패의 원조’로 묘사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박정희에게 탐욕스런 권력욕만 배웠다”고 혹평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선 “나에 대한 견제에만 골몰했다”고 썼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역사적 소명에 대한 판단착오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또 “김대중 씨의 부정축재를 수사하게 되면 그의 구속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폭동이 일어날 것…. 김태정 검찰총장을 불러 수사를 유보하라고 지시했다. 김대중 씨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고 기록했다. 재임 시절 하나회 숙청, 안전가옥 철거, 공직자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시행 등 자신의 치적을 중점적으로 쓴 반면 임기 말 터진 외환위기 사태는 소홀하게 다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대중 자서전》은 사후인 2010년 7월 출간됐다. 자신의 성장 과정과 민주화 투쟁에 관한 내용을 자세하게 기술했다. 자신이 서자였음을 털어놨다. 2004년 8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찾아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행적을 놓고 사과한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살아 돌아와 화해한 것처럼 기뻤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건설회사식 안하무인 태도를 드러냈다, 냉전적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비판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은 이명박 정권에 의해 강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2년 대선을 앞두고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도 고백했다. 아들의 정치자금 수수 문제에 대해 간략하게 넘어간 게 한계로 지적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공과 좌절》은 집필 도중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해 2009년 9월 출간됐다. “난 실패한 대통령, 무리한 욕심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자책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수장학재단은 장물”이라며 “그 주인이 정권을 잡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을 ‘통치행위론’으로 막으려 한 사실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스스로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한 탓에 통치행위론으로 특검을 막으려던 근거가 사라졌다”고 기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황당하다”고 반박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지역주의를 막아내지 못한 책임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자랑할 만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철새 정치로 한국 정치의 흐름을 완전히 망가뜨려 놓았다”고 비판했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회고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6·15선언은 빈 선전갑’이라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공개해 김대중 전 대통령 측과 마찰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5년 2월 《대통령의 시간》에서 남북 관련 비사(史)를 공개했다. 2009년 정상회담 성사가 9부 능선을 넘는 단계까지 갔으나 북한이 옥수수 10만t, 쌀 40만t, 비료 30만t,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1억달러),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달러 제공 등을 요구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월령 제한없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이면합의했다고 기술해 이명박-노무현 정권 측이 충돌했다.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이 친박근혜계의 정운찬 총리 견제용이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아 전·현 정권이 갈등을 빚었다.

    이렇게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은 정치 철학이나 정책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성찰하고 정리해 후대에 교훈으로 삼으려 하기보다는 폭로전으로 흘렀다.

    전문가들은 진영 간의 첨예한 대립과 권위주의 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자서전 집필 작업은 보통 대통령을 모신 참모들이 중심이 돼 진행했다. 모신 ‘주군’을 띄우고 정치적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라이벌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리기 일쑤였다. 회고록은 한 개인의 삶을 다룬 만큼 자신의 가치관과 처지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도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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