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지난 3분기에만 헤지펀드에서 유출된 금액이 280억달러(약 31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자금이탈이다. 이를 포함해 올 들어 유출된 자금은 총 5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헤지펀드 운용자금의 16.6%다.
NYT는 자금이탈 원인으로 ‘신뢰의 위기’를 꼽았다. 내부자거래와 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가치(투자할 대상의 기업 가치) 부풀리기 의혹이 연달아 터졌다. 수십억달러를 운용하는 헤지펀드 비지엄애셋매니지먼트는 여러 명의 직원이 내부자거래와 가치 부풀리기 혐의로 지난 6월부터 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SEC가 오메가파트너스의 창업자 레온 구퍼만을 내부자거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같은 달 오크-지프캐피털매니지먼트의 창업자 다니엘 오크는 아프리카에서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22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신통치 못한 헤지펀드들의 운용 성과도 신뢰 위기를 자초했다. 헤지펀드들의 전체 수익률을 산정하는 헤지펀드리서치종합지수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들이 올해 거둔 평균 수익률은 4.4%로 S&P500지수 상승률(8%)보다 낮다.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가 빌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스퀘어홀딩스는 투자 실패로 지난해 20.5%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운용 중인 헤지펀드에서 평균 22% 손실이 났다.
사정이 이렇자 연기금들은 앞다퉈 헤지펀드 투자비중을 낮췄다.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은 2014년 헤지펀드의 투자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운용수수료도 비싸 헤지펀드에 자금운용을 더 이상 맡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캘퍼스가 헤지펀드에 맡겨놓은 자금 비중은 전체 운용자금의 1.3%에 불과하다. 켄터키은퇴연금, 메트라이프, 뉴욕시고용연금, AIG 등도 헤지펀드에 위탁하는 자금운용 비중을 낮추고 있다.
NYT는 “헤지펀드들이 수수료를 낮추거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신뢰 위기가 깊어지면서 헤지펀드 운용에 지원하는 펀드매니저도 줄고 있다”고 전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