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린 게 정말 기업입니까?"최근 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자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고환율의 원인을 두고 정부와 일부 언론이 수출기업·국민연금·서학개미를 지목해서다. 일부 전문가와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을 ‘환율 붕괴 5적’이라는 낙인까지 찍었다.기업들은 유보금을 축적하고 해외 환전을 주저하고 있다. 해외에 170조원 이상의 유보금을 쌓아뒀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 행보는 투자·위험관리 차원에서 자연스러운 의사결정이라는 평가가 많다. 앞선 대기업 CFO는 “대미 투자를 하려면 달러를 확보해야 하고, 원화약세에도 대응해야 한다”며 “왜 기업이 달러를 들고 있다고 비난받아야 하냐”고 반문했다.8일 한은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해외법인 유보금(재투자수익수입)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80년 1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누적으로 1156억2430만달러(170조원)를 기록했다. 올들어 불어난 해외 유보금은 78억달러(약 11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40.2% 늘었다.재투자수익수입은 한국 기업이 10% 이상 지분을 가진 해외 자회사가 국내로 배당하거나 현지 투자로 사용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둔 금액을 뜻한다. 해외법인 유보금은 장기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23년에 예외적으로 해외 유보금 증감액은 -127억83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25년 만에 감소했다. 해외에 쌓은 유보금보다 국내로 송금된 배당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외환위기로 기업이 외화 조달에 총력을 쏟던 199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2023년 해외 유보금이 감소한 것은 2023년부터 시행된 법인세법 개정안과 맞물린다. 2023년부터 해외에서 세금이 매겨진 배
연기금이 지난달 코스닥시장에서 ‘사자’로 돌아선 뒤 이달에만 800억원 넘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과 제약·바이오 관련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1∼5일 코스닥시장에서 80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연기금은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공적 연금기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다.코스닥시장에서 연기금의 거래금액은 지난 10월 571억원 순매도에서 11월 215억원 순매수로 바뀐 뒤 이달에도 매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최다 순매수한 종목은 로보티즈로, 268억원어치 사들였다. 레인보우로보틱스(112억원), 알테오젠(94억원), 오스코텍(87억원), 에코프로비엠(8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의 모험자본 생태계 활성화 정책에 발맞춘 행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정부가 이달 중순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릴 대책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시 ‘큰손’으로 통하는 연기금의 투자 확대는 코스닥시장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김성노 BNK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로 코스닥과 중소형주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2017년에도 코스닥 활성화 대책으로 코스닥지수가 30%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시장 수익률이 유가증권시장을 웃돌고 있다”며 “코스닥 내 비중이 가장 큰 헬스케어 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조아라 기자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 수준을 경신하면서 채권 발행시장에도 한파가 불고 있다. 일부 기업은 회사채 발행 계획을 아예 접을 정도다. 기업들의 이런 회사채 발행 부담은 적어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게 증권업계 전망이다.▶본지 12월 4일자 A1, 3면 참조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를 뜻하는 크레디트 스프레드(무보증 3년물·신용등급 AA- 기준)는 지난 10월 말 0.406%포인트에서 이달 4일 0.449%포인트로 0.043%포인트 확대됐다.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3%를 넘어서자 AA- 등급의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3.50%에 육박하고 있다. 한 달 반 사이에 0.6%포인트 뛴 셈이다. 국고채 금리 급등 이후 시장에선 회사채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분위기다.채권 금리 급등으로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망설이고 있다. SK텔레콤(AAA)은 내부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다가 잠정 중단했고, KCC글라스(AA)도 이달 중순께 3년물을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다. SK온(A+)은 지난달 시행한 수요예측에서 개별 민간채권평가회사 평균금리(민평 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회사채 발행 목표액 1000억원을 채웠다.내년 초 회사채 발행에 나설 기업 리스트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내년 1~3월에는 총 32조3928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상당수 기업이 차환 목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설 수밖에 없다. 특히 1월 첫 회사채 물량은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홍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기업들이 선호하지만 선뜻 발행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일부 기업은 신종자본증권 및 단기 자금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30년 만기 5년 콜옵션(조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