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차관 "캔커피 정말 과태료 내나요"…황 총리 "TF서 논의하자"
유일호 부총리 "쪽지예산 예외 인정 맞나"
조윤선 장관 "프레스용 티켓도 법 위반인가"
장·차관 질문공세에 권익위는 '땀만 흘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황 총리 주재로 ‘청탁금지법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김영란법의 시행 상황과 문제점 등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정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김영란법의 직무 연관성 해석에 혼선이 있으면 안 된다’고 지시한 데 따라 처음 열린 회의”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방송통신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법제처장, 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행정자치부 차관, 인사혁신처 차장 등이 참석했다.
장·차관들은 해당 부처에서 김영란법과 관련해 빚어지고 있는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법 내용이 모호해 일선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성영훈 권익위원장이 나서 답을 했지만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14일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관계장관회의는 소관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 성토장 분위기였다고 회의 참석자 및 배석자들은 전했다. 장차관들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모호한 직무 관련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권익위에 질문했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권익위가 유권해석을 전담해왔지만 실질적인 법 적용을 놓고 혼선이 끊이지 않았다. 권익위에 들어온 유권해석 문의만도 2000여건이 넘은 것으로 파악된다. 권익위의 ‘오락가락’ 답변은 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긴급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관들이 모인 회의장에서도 혼선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각 장관이 해당 부처의 현안 위주로 궁금증을 쏟아냈지만 권익위는 명확한 해석을 내리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김영란법 시행 후 문제가 된 ‘쪽지 예산’을 물었다.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끼워넣는 지역구 민원 예산인 쪽지 예산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는지를 놓고 기재부와 국회가 상반된 의견을 보여왔다.
유 부총리는 “국회에서 쪽지 예산으로 특정 지역 예산을 요구하는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단되는데 일부에서는 선출직 공직자는 공익 목적으로 법령과 정책을 제안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물었다.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최근 화제가 된 ‘캔커피’ 문제도 등장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스승의 날에 학생이 선생님에게 2000원짜리 카네이션을 달아주거나 캔커피를 줘도 법 위반에 해당돼 과태료를 내야 하는 것이 맞느냐”고 질문했다.
장차관들의 질문공세는 그치지 않았다. “공연 담당 기자들은 공연을 소개하려면 봐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제공되는 프레스용 티켓도 문제가 되느냐”(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책 홍보를 위해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유석이 아닌 지정석도 김영란법에 저촉된다는 의견은 어떻게 판단하느냐.”(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
김영란법이 공무원의 소극행정을 부추긴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박제국 인사혁신처 차장은 “상당수 공무원이 업무관련성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국민 민원과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지 아직 모른다”며 “소극 행정 사례가 늘어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성 위원장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회의가 겉도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급기야 황 총리가 나서서 “여기에서 질문에 일일이 답하지 말고 관련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해 해당 내용을 모두 공유하도록 하자”고 중재안을 제시해 토론은 1시간을 넘지 않은 채 끝났다.
이날 총리실은 회의가 끝난 후 A4용지 두 장짜리 짤막한 보도자료를 냈다. 김영란법의 모호한 법령 해석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주 초부터 ‘관계부처 합동 법령해석 지원 TF’를 구성해 운영한다는 내용이었다. 권익위에 폭증하고 있는 김영란법 해석에 대한 질문에 신속하게 답하기 위해 유권해석 전담인력을 늘린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김영란법’이라는 명칭 대신 ‘청탁금지법’을 공식 명칭으로 쓰도록 전 부처와 공공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황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도 “인명(김영란법)으로 법명을 호칭하는 것보다 법의 제정 취지와 내용을 더 명확히 반영한 정식명칭을 사용하는 게 청렴 사회 구현, 분위기 조성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조한 TF로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혼선이 정리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도 부정하지 못한다. 정부 관계자는 “김영란법 대상자가 400만명에 달하고 예상치 못하는 별별 사례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