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아이폰7을 대하는 삼성의 자세
[ 이진욱 기자 ] 애플 아이폰7의 폭발적인 흥행이 예고되면서 삼성전자가 조급해졌다. 이동통신 3사가 아이폰7의 예약판매 접수를 시작한 첫날인 14일 예정된 물량이 모두 조기 매진되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KT는 이날 오전 9시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판매량 2만대를 넘긴데 이어 15분 만에 1차로 준비한 5만대가 모두 팔려 온라인 신청을 조기 마감했다. SK텔레콤도 1차 예약판매 물량이 20분 만에 매진됐으며 특히 제트블랙 모델은 1분만에 마감됐다. LG유플러스 역시 예약판매 신청 1분 만에 판매 대수가 2만대를 넘었다.

아이폰7(오른쪽)과 아이폰7 플러스.
아이폰7(오른쪽)과 아이폰7 플러스.
이통사 관계자는 ""아이폰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의 신뢰가 재확인됐다"며 "예약 판매는 향후 판매의 기준점이 된다. 정식 출시일인 21일 이후 판매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아이폰7은 출시 초기만 해도 홍채인식과 방수방진 등 혁신기능을 갖춘 갤노트7에 비해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대 경쟁작인 갤노트7가 사라지면서 잠재적 고객층까지 사로잡아 국내 시장을 점령할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단종된 갤노트7을 대신해 갤럭시S7 시리즈와 갤럭시노트5을 대항마로 내세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란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7ㆍ아이폰7 플러스는 이미 미국에서 출시돼 호평받고 있는 제품"이라며 "아이폰7에 맞서기 위해서는 기존 구모델들로 경쟁하기보단 강력한 소비장려책을 수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7의 독주를 가만히 지켜만 보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승부를 보겠단 의지다. 이에 삼성전자는 갤S7의 출고가 인하 등 추가적인 판매 장려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브랜드로 교환하는 고객에게 3만원 상당의 모바일 쿠폰과 통신비 7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삼성전자 제품으로 교환을 유도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갤럭시S7 시리즈.
갤럭시S7 시리즈.
삼성전자는 갤S7의 자체 경쟁력도 강화한다. 갤노트7에 적용했던 '블루코랄' 색상을 갤S7시리즈로 확대, 갤노트7 단종에 따른 교체수요를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블랙오닉스' 색상이 적용된 모델 출시도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구모델에 새로운 색상을 적용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삼성의 시장 견인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외 갤노트7을 환불하거나 타사 제품으로 교환해도 3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한다. 지난달 1차 리콜 당시 신제품 교환 고객에게 지원하기로 한 '다음달 통신료 3만원 차감' 혜택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이폰7의 예약판매가 뜨거운 반응을 보였지만, 국내에 여전히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충성 고객이 많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며 "현재로선 삼성이 불리하지만 향후 삼성의 대응 방안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