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글로벌 로펌과 협업 가속
일본·캐나다 지역로펌 합병도
'우물 안 개구리' 한국 로펌
중국 시장 철수 등 맥 못춰
중국의 법률시장이 심상찮다. 무엇보다 로펌이 대형화되고 있다. 다른 글로벌 로펌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5년간 중국법률시장에서 활동해온 ‘중국통’ 김종길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54·사법연수원 17기·사진)는 이런 변화를 보며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쏟아냈다.
김 변호사는 1994년 중국 베이징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으로 베이징사무소 수석대표를 20여년간 맡는 등 15년간 중국에 주재했다. 주중 대한민국대사관 고문변호사, 중국국제경제무역 중재위원회 중재원 등 중국과 한국 법률시장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김 변호사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로펌들은 덩치를 키우고 글로벌 로펌과의 네트워크 구축 능력도 키워가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그런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며 “본격적인 글로벌 로펌 경쟁이 붙었을 때 ‘우물 안 개구리’인 한국 로펌이 어떤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쓴소리를 내놨다.
중국 로펌들은 이미 ‘글로벌화’ 측면에서 한국 로펌을 추월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중국 로펌은 1990년대 초반 처음 등장한 이후 약 25년간 엄청난 압축성장을 통해 이미 한국 로펌을 넘어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중국 로펌 ‘진두’는 호주의 ‘멜리슨’, 영국의 ‘SJ 버윈(Berwin)’과 합병한 것은 물론 일본·홍콩·싱가포르·캐나다 등의 지역 로펌까지 흡수합병해 국제적인 로펌으로 성장했다. 또 다른 중국 로펌 ‘다청’은 세계 10대 글로벌 로펌 덴턴스(Dentons)와 합병해 세계 최대 로펌이 됐다.
한국 로펌의 중국 법률시장 진출도 녹록지 않다. 김 변호사는 “한국의 대형 로펌들이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선양, 홍콩 등지에 분사무소를 설치했지만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일부는 사무실을 폐쇄한 채 한국으로 철수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중국 시장이 더 개방된다면 국내 로펌이 진두, 다청 혹은 중국의 다른 대형 로펌과 ‘대등합병(동일한 명칭을 사용하되 운영은 독립적으로 하는 방식)’할 수도 있고 한국 로펌 주도 아래 한·중·일 간 삼각합병 혹은 그 이상의 로펌이 참여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며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급격한 시장 변화에 미리 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