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비해 발의건수 23.4% 늘었지만 생산성은 '제로'
정쟁속 '협치' 실종이 주 원인…대선까지 겹쳐 복원 난망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넉달 반 가량 지났지만 '입법 제로 국회'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6월1일부터 11일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 건수는 모두 2천481건이다.

19대 국회 같은 기간 발의된 건수(2천10건)에 비해 무려 23.4%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처리된 실적은 '전무'하다.

19대 같은기간 263건이 처리된 것에 비하면 생산성이 크게 뒷걸음질 친 것이다.

이처럼 입법실적이 저조한데에는 여야간에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정쟁(政爭)과 그에 따른 국회 파행이 원인이다.

지난 4.13 총선 민의로 표출된 여소야대 3당 구도 하에서 '협치국회'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았지만 지난 넉달반을 지나온 20대 국회는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 온갖 불명예 기록만 갱신하고 있다.

개별 상임위는 물론 본회의 파행만 수차례 빚어졌다.

여름 하한기 휴회 관행도 접고 6월부터 매달 임시회를 열어왔다는 게 무색하기 그지없다.

특히 새누리당이 퇴장한 본회의장에서 야 3당의 단독 표결로 헌정 사상 6번째의 국무위원 해임결의안이 처리되면서 사상 초유의 집권여당 국정감사 참여 거부와 당 대표 단식농성 사태까지 빚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감 일정이 정상화하면서 적어도 정기국회의 첫발을 뗐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요 법안은 커녕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이르려면 연말 국회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

야당은 국감 내내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한 정권 차원의 모금 의혹에 맹공하고 있고, 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는 등 정쟁의 불씨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다소간의 온도 차를 보였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두드러졌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한목소리로 '남의 탓'을 하기 바쁜 모습이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4·13 총선의 민의를 받들어 여야 간에 대화와 타협으로 협치를 이루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야당과 국회의장이 합세해서 '정략적 대결정치', '기 싸움 정치', '힘자랑 정치'로만 일관하면서 국회 파행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제3당으로서 균형추의 역할을 해야 할 국민의당마저도 더민주의 '2중대 들러리' 노릇을 해버리니 국회가 더욱더 대결구도로 가버리는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이 부여한 소명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역할을 방기한다면 국민의당은 소멸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 대한 긍정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좀처럼 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대결정치 구조로는 진정한 협치를 이루기가 물리적으로 어렵다.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면서 "그 첫 단추는 개헌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우선 "총선 직후 20대 국회가 역대 가장 빨리 개원하고, 한 달도 쉬지 않는 '상시국회'가 된 것까지 폄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역시 '해임건의안 정국' 속 국감 초기 파행 사태를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우 원내대표는 "두 사건의 본질은 여소야대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청와대와 집권당의 몽니"라며 "원내대표가 된 후 청와대가 여당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청와대가 그걸 인정하지 않고 여당은 청와대를 과잉보호하면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앞서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이번 국감에서 '초대형 권력형 비리'와 민생문제를 충분히 다루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며 "박근혜 정권과 집권당이 국민을 무시하고 불통의 길을 가면 다시 국민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제3당의 탄생으로 30년 만에 가장 빠른 국회 개원이나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국회의 추경 통과가 가능했다며 '제3당 역할론'을 강조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대 국회가 법안처리도 미흡하고 파행이 많다'는 지적과 관련,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일하는 국회를 원했고 박근혜 이명박 정부 9년간 쌓인 적폐를 개선하라며 여소야대를 만들어줬다"면서 "그러나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으로 모든 발목을 잡고 풀어주지 않는다.

이번 국감에서는 증인채택조차 안 된다"며 여당 책임론을 띄웠다.

해임건의안 처리 국면에선 '갈지자 행보'를 했다는 비판 또한 일부 수긍하면서도 캐스팅보터로서 국회 파행을 중재하기 위해서였다고 자평했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거나 새누리당을 지휘·감독하면 안 된다"며 "협치가 가능하도록 국회에서 길을 터 줘야지, 그러지 않고는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게 현재 국회"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류미나 박수윤 기자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