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차이나머니 경계령'…영국·호주·캐나다 '규제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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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Deep - 중국 자본, 세계 '집값 폭등' 주범으로
해외투자 규제 완화된데다 위안화 가치 떨어지자 '사재기'
투자 규모 3년새 6배로 폭증…맨해튼 빌딩 60억달러어치 사들여
작년 밴쿠버 주택매입 30% 차지
해외투자 규제 완화된데다 위안화 가치 떨어지자 '사재기'
투자 규모 3년새 6배로 폭증…맨해튼 빌딩 60억달러어치 사들여
작년 밴쿠버 주택매입 30% 차지
사디크 칸 영국 런던시장은 지난달 30일 런던시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주택 보유 현황을 정밀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1년 새 런던 집값이 급등세를 보인 배경에는 외국인의 부동산 사재기 열풍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칸 시장이 ‘외국인’이라는 포괄적 표현을 쓰긴 했지만 런던시가 조사에 나선 직접적 배경이 중국계 자금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런던뿐만 아니라 미국의 뉴욕·샌프란시스코, 호주의 시드니, 캐나다의 밴쿠버 등 선진국 주요 도시에서 차이나 머니가 부동산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출대국 중국이 자국의 부동산 거품까지 수출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변화하는 中의 해외 부동산 투자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2013년께 본격화했다. 2012년까지만 해도 연간 해외 부동산 투자액이 56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2013년 158달러로 껑충 뛰었다. 작년엔 300억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원래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주도한 것은 대형 금융회사,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보험회사 등 ‘트로이카’였다. 주된 타깃은 런던 뉴욕 등 선진국 대도시의 상업용 부동산이었다. 지난해 중국의 전체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오피스빌딩이 차지하는 비중은 42%였고, 18%는 호텔이었다. 뉴욕 맨해튼 지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중국계 자금은 57억8000만달러로, 전년보다 약 다섯 배 폭증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는 올초 발간한 보고서 ‘새로운 물결, 새로운 목적지’에서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중소형 부동산 개발업체·사모펀드(PEF)·초고액자산가 등 이른바 ‘제4의 물결’이 중국 해외 부동산 투자의 주력 부대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세력이 다변화하면서 좀 더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 차이나 머니가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고액자산가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런던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밴쿠버 등지의 주택 가격도 들썩이기 시작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중국계, 밴쿠버 주택거래 3분의 1
캐나다 서부의 대도시 밴쿠버는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로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작년 초 이 지역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선 “집값이 더 이상 오르긴 힘들 것”이란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었다. 현실은 달랐다. 작년 한 해 밴쿠버 지역 집값은 30%가량 뛰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가게 한 건 ‘차이나 머니’였다. 중국의 고액 자산가들이 주거 여건이 좋은 밴쿠버 지역의 집을 집중적으로 사들이자 집값이 이상급등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해 밴쿠버 지역에서 이뤄진 전체 주택거래 3분의 1가량의 매수 주체가 중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올 상반기 발표한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은 미국에서 3만3000채의 주택을 사들였다. 여기에 중국인이 쏟아부은 돈은 총 286억달러로 2위인 캐나다(112억달러)를 압도했다. 중국인의 주택 한 채당 평균 매입 가격도 83만1800만달러로, 전체 외국인 평균(49만9600달러)의 두 배에 달했다. 중국인은 전체 주택 매입의 71%가량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 캘리포니아주 등 중국인의 주택 매입이 활발한 미국 주요 대도시 부동산 업계에선 중국인이 주택 사재기를 멈추면 집값이 급락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규제완화·위안화 약세가 부추겨
중국의 해외 부동산 매입 열풍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과 시장상황 변화가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금융회사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는 과도한 외환보유액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되자 2012년 말 보험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총자산의 15%까지 허용했다. 2014년 9월에는 기업이 해외에 투자할 때 정부 승인을 취득해야 하는 한도액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런 가운데 2014년부터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자 금융회사와 부동산 개발업체, 제조업체는 보유 자산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중국 대도시 집값이 급등세를 보였는데도 고액자산가의 해외 부동산 매입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베이징의 신규 주택 가격은 최근 1년 새(지난 8월 말 기준) 23.5% 뛰었고, 같은 기간 상하이(31.2%) 선전(36.8%) 샤먼(43.8%)도 급등세를 보였다. 중국 지방정부는 올 들어 주택가격 안정책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중국 경제전문지 제일재경일보는 “중국 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집값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자 중국의 고액자산가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오른 해외 주요 도시에서 매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국 대도시에선 차이나 머니 유입에 따른 부동산 거품 형성을 차단하기 위해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작년 3월부터 외국인이 100만호주달러 이상 부동산을 취득하면 1만호주달러의 등록세를 물리기로 했다. 캐나다 밴쿠버 시정부도 차이나 머니 유입을 차단하는 규제를 도입하기 위해 외국인 부동산 보유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다변화하는 中의 해외 부동산 투자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2013년께 본격화했다. 2012년까지만 해도 연간 해외 부동산 투자액이 56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2013년 158달러로 껑충 뛰었다. 작년엔 300억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원래 중국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주도한 것은 대형 금융회사,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보험회사 등 ‘트로이카’였다. 주된 타깃은 런던 뉴욕 등 선진국 대도시의 상업용 부동산이었다. 지난해 중국의 전체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오피스빌딩이 차지하는 비중은 42%였고, 18%는 호텔이었다. 뉴욕 맨해튼 지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중국계 자금은 57억8000만달러로, 전년보다 약 다섯 배 폭증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는 올초 발간한 보고서 ‘새로운 물결, 새로운 목적지’에서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중소형 부동산 개발업체·사모펀드(PEF)·초고액자산가 등 이른바 ‘제4의 물결’이 중국 해외 부동산 투자의 주력 부대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세력이 다변화하면서 좀 더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 차이나 머니가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고액자산가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런던 샌프란시스코 시드니 밴쿠버 등지의 주택 가격도 들썩이기 시작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중국계, 밴쿠버 주택거래 3분의 1
캐나다 서부의 대도시 밴쿠버는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로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작년 초 이 지역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선 “집값이 더 이상 오르긴 힘들 것”이란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었다. 현실은 달랐다. 작년 한 해 밴쿠버 지역 집값은 30%가량 뛰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가게 한 건 ‘차이나 머니’였다. 중국의 고액 자산가들이 주거 여건이 좋은 밴쿠버 지역의 집을 집중적으로 사들이자 집값이 이상급등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해 밴쿠버 지역에서 이뤄진 전체 주택거래 3분의 1가량의 매수 주체가 중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시아소사이어티가 올 상반기 발표한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은 미국에서 3만3000채의 주택을 사들였다. 여기에 중국인이 쏟아부은 돈은 총 286억달러로 2위인 캐나다(112억달러)를 압도했다. 중국인의 주택 한 채당 평균 매입 가격도 83만1800만달러로, 전체 외국인 평균(49만9600달러)의 두 배에 달했다. 중국인은 전체 주택 매입의 71%가량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 캘리포니아주 등 중국인의 주택 매입이 활발한 미국 주요 대도시 부동산 업계에선 중국인이 주택 사재기를 멈추면 집값이 급락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규제완화·위안화 약세가 부추겨
중국의 해외 부동산 매입 열풍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과 시장상황 변화가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금융회사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는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는 과도한 외환보유액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되자 2012년 말 보험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를 총자산의 15%까지 허용했다. 2014년 9월에는 기업이 해외에 투자할 때 정부 승인을 취득해야 하는 한도액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런 가운데 2014년부터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자 금융회사와 부동산 개발업체, 제조업체는 보유 자산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중국 대도시 집값이 급등세를 보였는데도 고액자산가의 해외 부동산 매입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베이징의 신규 주택 가격은 최근 1년 새(지난 8월 말 기준) 23.5% 뛰었고, 같은 기간 상하이(31.2%) 선전(36.8%) 샤먼(43.8%)도 급등세를 보였다. 중국 지방정부는 올 들어 주택가격 안정책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중국 경제전문지 제일재경일보는 “중국 내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집값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자 중국의 고액자산가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오른 해외 주요 도시에서 매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국 대도시에선 차이나 머니 유입에 따른 부동산 거품 형성을 차단하기 위해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작년 3월부터 외국인이 100만호주달러 이상 부동산을 취득하면 1만호주달러의 등록세를 물리기로 했다. 캐나다 밴쿠버 시정부도 차이나 머니 유입을 차단하는 규제를 도입하기 위해 외국인 부동산 보유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