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무역보험공사를 상대로 대출 사기를 벌인 온코퍼레이션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14년 10월 중견기업 모뉴엘 사기 대출 사건에 연루돼 해외 도피 중인 전 무보 영업총괄부장 정모씨 등이 온코퍼레이션 미국 법인에 채용된 경위와 무역 보증 대출에 관여한 사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10월5일자 A1, 3면 참조


5일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서 모뉴엘 사건 이후 온코퍼레이션에 나간 무역 보증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무보에 대한 감사원의 중간 감사 결과를 공유한 뒤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보는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산업부가 관리 감독을 책임지고 있다.

제주도에 본사를 둔 TV 수출업체 온코퍼레이션은 2014년 무보의 단기수출보험(EFF)에 가입한 뒤 이를 보증 삼아 KEB하나·기업·농협은행 등에서 약 2000억원을 대출받았다. 이 업체는 수출대금으로 대출을 갚지 않고 미국 현지법인으로 빼돌려 파산 상태에 빠졌다. 무보는 온코퍼레이션에 보증을 선 1500억원가량을 떼일 가능성이 커졌다. 모뉴엘 사건에 연루된 정모씨와 황모씨는 온코퍼레이션 미국 법인에서 사업부문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사기 대출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다.

온코퍼레이션은 이번 사건 외에도 두 차례 검찰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2014년 모뉴엘 사건 발생 이후 관세청이 온코퍼레이션의 재산 국외도피와 불법외환거래 혐의를 포착해 제주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제주지검은 온코퍼레이션을 290억원대 불법외환거래 혐의로 약식 기소했다.

무보는 온코퍼레이션의 사기 대출 의혹을 제보받은 뒤 지난 7월 서울지검에 조사를 의뢰하는 진정서를 냈다. 진정서에는 온코퍼레이션 사장인 이모씨와 재무담당 부사장 이모씨의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은 온코퍼레이션이 무보와 금융사 등을 상대로 사기 대출 행각을 벌였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온코퍼레이션이 월마트와의 거래를 근거로 조달한 자금을 미국 유통업체 시어스 등 다른 거래처에 무단으로 사용한 사실 등을 무보가 사전에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무역 보증이 잘못됐다는 사실만으로 회사 경영진의 출국금지를 신청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무보가 경영진의 불법 여부를 따지기 위해 출국 금지도 신청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순신/오형주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