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린 대표 "韓 패션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싶어요"
한류는 더이상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에만 국한되지 않게 됐다. 스타들을 중심으로 'K 패션'이 주목받으면서 동대문 역시 한류 패션문화의 대표지역으로 집중 조명되고 있다. 가장 중심에 서 있는 것이 동대문 쇼룸 '차오름'. 서울산업진흥원(SBA)의 주관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아이디어와 역량이 뛰어난 중소 패션브랜드, 신진 예비창업 디자이너들을 육성해 해외진출을 지원한다. 차오름이 주목하는 패션 브랜드의 수장들을 만나봤다. 당신이 앞으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편집자주> 만화 속에서 툭 하고 튀어나온 것 같다. 노랗게 물들인 단발머리, 새까만 눈의 바싹 마른 소녀가 입을 뗀다. 너무 낮지도 높지도 않은 음색의 목소리는 허를 찌르는 매력이 있다. 조곤조곤, 그러나 똑부러지게. 패션브랜드 HECK(헥)은 남수린(28) 대표의 첫 인상을 그대로 담았다.
'HECK(헥)'은 영어를 사용하는 어린 친구들이 사용하는 비속어 중 하나다. '젠장' 혹은 '제기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남 대표는 "요즘 '핵꿀잼'이라는 단어도 쓰잖아요. 재미있는 단어를 생각하다가 귀엽고 청키한 이미지가 있어 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남수린 대표는 '헥'의 얼굴이자, 디자이너다. 룩북을 하나하나 눈에 새기다보면 남다른 디테일과 소재표현이 뛰어나다는 것을 캐치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옷을 정말 좋아했어요. 스트릿부터 여성스러운 의류들 까지. 많이 입고 사다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죠. '이런 옷 입고 싶은데 왜 없을까?', '이런 원단도 옷에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남 대표는 '재미있는 옷'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학교 시절부터 함께 감성을 공유했던 장해인 디자이너와 지난 3월 '헥'을 론칭했다. 대표 제품 중에는 유도복 원단을 사용하기에 이른다. "정말 힘들게 구했어요. 원단 시장에도 따로 팔지 않거든요. 완제품으로 스포츠상가에서 도매로만 팔던 것을 발품팔아 찾아냈죠. 공장에서도 바로 제작해주지 않아요. 어렵거든요. 전화해서 조르기까지 했다니까요.(웃음)"
결국 유도복에 유연제를 더해 일상생활에서도 부드럽게 입을 수 있는 이 유니크한 옷이 탄생했다. 남 대표는 "요즘 스트릿 브랜드를 보면 반팔, 후드, 맨투맨 등 정형화된 라인들이 주를 이루죠. 장해인 디자이너와 '다른 것 좀 해보자'하면서 제작하게 됐어요." 남수린 대표는 스무살 때부터 패션업계에 몸 담았다. "장해인 디자이너는 패션을 전공했지만 저는 대학교를 나오지 않았어요. 스무살 때부터 일을 했죠. 판매부터 모델일까지 말이예요. 근 8년간 패션업계에 쭉 몸담고 있다가 '때다' 싶었어요. 힙합브랜드에 관심있는 분들은 제가 친숙하실 거에요. 그런 영향때문인지 SNS를 통해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소비자 반응을 접할 수 있었죠."
업계에서 잔뼈가 굵지만 어려운 점은 분명 있었다. "3월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적정 수준으로 가격을 측정했다고 생각해요. 론칭 하고보니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반응이 빨랐어요. 도매가에 판매를 해야 하는데 중국과 같은 경우 판매가의 40%정도를 낮춰서 해야 하더라고요. 수수료도 부담스러웠죠."
이같은 고민을 해소한 곳은 바로 '차오름'이다. 차오름은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운영하는 공공 쇼룸이다. 견본품을 전시해 바이어에게 상품을 보여준 후 상담을 통해 계약 및 오더를 진행하는 B2B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리나라 패션의 대명사인 동대문 DDP 안에서 진행되는 일이라 좋은 기회다 싶었어요. 서울시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고요. 저희처럼 2인 기업이나 작은 브랜드들에게 유리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죠. 지난 8월에 입점해 한 달 정도 됐는데 향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헥'은 FW시즌에 맞춰 무스탕을 준비하고 있다. 로브가운 스타일의 코트같은 무스탕이라고 한다. "사실 옷으로 못 만드는 것은 없어요. 안 팔릴까봐 못 만드는거지. 유니크한 감성을 제대로 담아 업계에 재미를 줄 생각이예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특성이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빨리 식어버리죠. '헥'을 통해 재미있게 입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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