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문에 종이상자 놓인 까닭은…
“학교 정문에서 소지품을 검사하니 김영란법의 위력을 실감하겠네요.”

서울 광진구에 있는 A여고는 학부모가 들고 오는 ‘박카스’ 한 병도 금지하고 있다. 지난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합의한 조치다. 혹여 몰래 들여온 선물이 있을까봐 학부모에게 양해를 구하고 정문에서부터 소지품 검사를 할 정도다.

대학입시를 앞둔 일선 고등학교 교장들은 ‘김영란법 위반 1호 교사’가 나올까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고 있다. 학생 성적을 담당하는 교사는 직무 관련성이 높아 커피 한 잔이라도 받았다간 투서에 시달릴 수 있어서다.

서울시내 대부분의 초등학교 정문 보안관실에는 ‘선물마감’(선생님께 물질 아닌 마음으로 감사하기)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 상자(사진)가 놓였다. 상담차 방문한 학부모가 들고 온 음료수나 커피, 빵 등의 물건을 보관했다가 집에 돌아갈 때 찾아가라는 의미다.

각 학교는 가을 운동회, 소풍, 상담주간 등을 앞두고 가정통신문이나 비상연락망 등을 통해 지침을 꼼꼼히 안내하고 있다. 정문과 현관에 ‘선물 거절’ 안내판을 잇따라 설치했다. 서울 신상계초는 가정통신문에 ‘집에서 만든 과자 하나도 금지한다’고 안내했다. 서울 문백초는 정문에 ‘빈손이어야 합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만 받겠습니다’라고 적힌 안내판을 세웠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