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6 KSP 성과 공유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6 KSP 성과 공유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지난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논쟁 중 하나는 불평등과 성장의 상관관계였다. 그 한가운데 작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저서 《위대한 탈출》(한경BP 출간·사진)이 있다. 디턴 교수는 이 책에서 “불평등은 성장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성장을 촉발시킨 동인(動因)”이라며 불평등의 양면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분배를 강조한 디턴의 불평등론이 왜곡됐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디턴 교수는 28일 “성장은 여전히 필요하며 불평등 해법으로 분배라는 용어보다는 뒤처지는 집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왜곡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재확인했다.

디턴 교수는 또 한국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묻는 질문에 “한국의 데이터를 보면 세계 다른 국가와 비교해 불평등 지표가 부정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동으로 연 ‘2016 KSP 성과 공유세미나’ 참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한국 ‘위대한 탈출’ 성공 사례”

"한국, 부 재분배보다 '뒤처진 집단'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
디턴 교수는 미시경제학 분야의 석학으로 경제발전과 빈곤에 대한 연구로 경제학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노벨상을 받았다. 그의 대표 저서인 《위대한 탈출》은 빈부격차가 발생한 이유, 불평등의 기원과 명암 등을 다뤄 주목받았다.

그는 한국이 빈곤으로부터 ‘위대한 탈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디턴 교수는 “1인당 소득 증가, 기대수명 연장 등을 볼 때 한국의 성장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경제 성장에 따른 불평등 심화 논란에 대해서는 “불평등은 성장의 결과물”이라며 “많은 국가가 한국 정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나 중국만큼 오랜 기간 고성장을 이어간 국가는 없었다”며 “한국도 이제 저성장에 적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에게 충분한 기회 필요”

그는 그러나 불평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만 작용하지는 않는다고 우려했다. 디턴 교수는 “불평등이 성장을 도울 수도 있고 제약할 수도 있다”며 “노력, 혁신으로 생긴 불평등은 대부분 긍정적이지만 다른 사람이 부를 쌓지 못하도록 막는 ‘지대 추구’ 행위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것은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가 가졌던 기회만큼 누리지 못해서 그런 듯하다”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턴 교수는 불평등 해법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기회 평등을 박탈당하는 것은 불평등보다는 더 구체적인 것”이라며 “불평등이 소득 격차의 문제만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재분배만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며, 누구나 성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불평등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문제를 깊이 들어가보면 다른 요인에서 비롯된 것도 많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트럼프 신드롬’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 사회의 불평등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며 “트럼프 자체가 불평등의 표본인데 지지자들은 자신의 몫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도국 원조 효과 크지 않다”

디턴 교수는 선진국이나 다자개발은행이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오히려 경제성장에 효과가 없거나 부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역량이 부족한 개도국은 원조를 받아도 그 재원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