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4.0은 가까이 있다
디지털화·스마트화·연결화…
완벽하게 완성한 기업은 없어
IoT·빅데이터·센서·로봇 등
상업화된 기술 효율적으로 활용
생산성·경쟁력 키울 해법 찾아야
한석희 <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사무총장 >
지금은 어디에도 완벽하게 디지털화와 스마트화, 연결화를 완성한 기업은 없다. 조금 먼저 시작한 기업, 조금 폭넓게 추진하는 기업, 플랫폼으로 도전하는 기업 등이 있을 뿐이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 가치사슬 또는 생태계 내 다른 기업과의 연결이 모색돼야 하는데, 아마도 이것이 가장 어려운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런 생태계 연결 수준의 협력을 성취한 성공 사례는 아직 찾기 어렵다. 특히 제조생산라인을 서로 연결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식의 일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4차 산업혁명의 모멘트가 꺾일 것 같지는 않다. 기업들은 당장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하고, 우선순위가 높은 일부터 찾아 시행할 필요가 있다. 그것들은 대체로 기업 내부에서 찾을 수 있는 일이다. 내부를 개선해 경쟁력과 생산성을 올리는 일을 먼저 추진하고, 다음 단계로 상황이 적합할 때 다른 공장 또는 다른 기업들과의 연결을 모색하는 것이 수순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이 손쉽게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기업 내부에서 ‘연결된 것’과 ‘연결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 일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하려면 다음과 같은 절차와 방법이 필요하다.
#1. 먼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다이어그램으로 그려보라. 어떤 형태든 업무의 순서와 관계를 나타내는 다이어그램이면 무관하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상관없다. 자동차산업이든, 기계산업이든, 가전산업이든, 대규모 장치산업이든 무관하다. 기업이 크든, 작든 괜찮다. 기업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한 번에 그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므로 작은 범위를 대상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작성해보라. 제품 개발 프로세스든, 현장의 공정관리든, 물류창고의 업무 프로세스든 상관없다.
#2. 프로세스 작성이 완료됐다면 그 일을 위해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소프트웨어)을 모두 열거해보라. 대체로 컴퓨터지원설계(CAD),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원가관리 시스템, 회계 시스템 등이 있을 것이다. 모두 망라해보라.
#3. 그다음에 할 일은 이렇게 열거한 시스템을 먼저 작성한 프로세스 위에 오버랩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시스템으로 업무지원이 되지 않는 곳을 찾아보라.
#4. 마지막 단계는 이미 연결된 곳에서 반드시 사람이 개입할 곳과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곳을 표시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분석이 끝났다면 사람이 수동으로 개입하는 곳, 즉 자율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곳 중에서 연결이 필요한 곳을 선정해본다. 또 연결돼 있어도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곳을 주목해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정한다. 여기서 1순위는 ‘1년 안에 반드시 해야 해야 하는 일’이다. 2순위는 ‘해야 하지만 시간 여유가 있다고 판단되거나 1순위를 먼저 한 뒤에 해야 하는 일’이다. 3순위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다.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선정한 일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나 조건이 무엇인지 검토해보라. 필요한 기술들은 대개 시장에 나와 있다. 디지털기술, 산업용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센서, 통신 및 네트워크, 로봇, 자율형 자동화 기기,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기술이 이미 시장에서 실용화 단계에 들어서 있다.
사례를 살펴보자. 프라이팬의 금속 부분을 가공 납품하는 A기업은 단조기계, 선반, 연삭기, 드릴링 기기, 도장설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분석해봤더니 업무 프로세스가 시스템으로 연결되지 않고 대부분 사람 손에 의해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현장에 있는 설비와 설비 간에는 어떤 정보도 서로 주고받지 않았다. 모든 정보는 그때그때 사람이 수집·분석해야 하고, 이에 따라 다음 작업이 결정되고 진행되는 수준이었다.
이 회사는 가장 시급한 부분이 설비의 가동상태와 생산현황의 실시간 파악이란 것을 알게 됐다. 이를 위해 단절된 업무 단계를 시스템으로 연결하기로 하고, 관련된 기술이나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보유한 대부분의 설비에 간단한 디지털 기능을 첨가해 보완하기로 했다. 이것을 1순위 업무로 선정했다. 이는 센서와 와이파이 통신이 복합된 산업용 사물인터넷 기술로 가능하다고 보고 상업용 클라우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상업용 통신서비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공장 현황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도록 목표를 정했다.
2순위 일은 양팔형 관절로봇 적용이다. 기계의 가동은 물론 공작물을 기계에 물리는 일이나 완성 공작물을 빼내는 일을 로봇에 부여하기로 했다.
3순위 업무는 자율이송장치를 적용하는 것이다. 각 설비 간 부품 이송을 자율적으로 돕는 일을 계획하는 것으로 정했다.
A기업은 설비 간 단절된 부분을 연결하는 일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공장 모니터링도 실시간 원격 서비스로 개선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문제와 현상을 분석하는 틀이 없어 막연했지만, 이 정도 틀만 있어도 기업 스스로 방향을 찾고 방법을 구할 수 있다. 인더스트리4.0이 뜬구름 같은 개념이 아니라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뜻이다.
한석희 <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사무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