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병원의 마틴 우터물렌 수간호사가 SI 수술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올림푸스한국 제공
독일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병원의 마틴 우터물렌 수간호사가 SI 수술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올림푸스한국 제공
지난 19일 독일 함부르크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병원의 한 수술실. 일반 수술실과 달리 의료기기, 무영등, 모니터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수술실 바닥이 전선 없이 깨끗했다. 수간호사가 중앙에 있는 터치패널 장치의 버튼을 누르자 수술에 필요한 무영등의 밝기, 복압조절장치의 압력, 광원장치의 전원 등이 동시에 조정됐다. 올림푸스의 수술실 통합 시스템 ‘SI’ 덕분에 터치 한 번으로 수술 준비가 끝났다.

SI는 수술실 내 의료기기, 무영등, 수술대, 카메라 등을 네트워크상에서 하나로 통합하는 시스템이다. 각각의 의료기기를 만질 필요 없이 중앙에 연결된 터치패널 로 수술실 의료기기와 일반기기를 한 번에 조작할 수 있다. 수술 중 기기 조작을 위해 의료진이 수술대와 기기 사이를 오갈 필요가 없다. 수술 종류에 따라 필요한 설정을 터치패널 장치에 미리 저장할 수 있어 수술 때마다 달라지는 무영등 밝기, 기기 출력 등을 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병원은 2011년 8개의 일반 수술실을 7개로 줄이고, 전부 SI를 적용했다. SI 도입 이후 수술 시간은 기존보다 10~30% 정도 단축됐다. 수술 준비와 시술 과정에서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수술 건수도 증가했다. SI 도입 첫해 수술 건수는 9500건으로 수술실이 8개일 때보다 수술 건수가 늘어났다.

마틴 우터물렌 아가플레시온 디아코니 병원 수술실 수간호사는 “SI가 수술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만족도가 높다”며 “수술 시간이 단축되면서 환자의 회복시간도 빨라졌고, 감염 위험도 더 낮아졌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에서 이 같은 시스템을 적용한 수술실은 500여개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안드리아스 노이 올림푸스 유럽 외과 법인(OSTE) 사업총괄 매니저는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병원들이 비용 절감과 의료 품질을 고민하고 있다”며 “효율성 증대 차원에서 SI와 같은 정보기술(IT)의 접목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길병원이 인공지능 왓슨을 도입하는 등 병원의 IT융합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 빅데이터 등의 활용도 늘어나고 있다.

함부르크=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