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의 향배를 가를 후보 TV토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토론 진행자와 진행 방식에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15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CNN의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가 대선 후보 TV토론 진행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CNN은 사실상 ‘클린턴 뉴스 네트워크’”라며 “따라서 쿠퍼가 공정하다고 기대할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쿠퍼는 ABC방송의 마사 라다츠와 함께 다음달 9일 미주리주(州)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리는 2차 TV토론의 진행을 맡기로 돼 있다. 오는 26일 열리는 1차 TV토론은 NBC 나이틀리뉴스 앵커 레스터 홀트, 3차 TV토론은 폭스뉴스의 앵커 크리스 월러스가 진행한다.

트럼프는 12일엔 CNBC와의 인터뷰에서 TV토론회를 ‘사회자 없이’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사회자가 토론을 자신에게 불공정하게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후보끼리 앉아서 토론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TV 프로그램을 9년간 진행해온 트럼프가 누구보다 TV의 생리와 TV토론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편파 진행 가능성을 지적하는 등 선수(先手)를 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1960년 처음 시작한 TV토론은 그동안 대선의 향배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작용해왔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6600만명이 시청한 첫 TV토론에서 존 F 케네디 민주당 후보의 외모와 달변, 침착함에 무너져 이듬해 백악관을 내줬다.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도 TV토론에서 “동유럽은 소련의 지배에 놓여 있지 않다”고 엉뚱한 발언을 했다가 자질 논란에 휘말려 패배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