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거래소·금융공공기관에 방송광고 지출 요구
10억원대 광고비 민간에 떠넘겼다 지난해 감사원 시정권고

금융위원회가 금융정책 홍보 비용을 민간에 떠넘기지 말라는 국회와 감사원 지적을 받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비슷한 행태를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금융 공공기관들에 금융개혁 홍보를 위한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방송광고를 내보내 달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금융 공공기관에 보냈다.

지난해 11월에는 금감원(6억원), 거래소(4억원), 산업은행(1억원), 기업은행(1억원), 주택금융공사(1억원)에 총 13억원을 들여 금융개혁 전반을 소개하는 광고 등을 주요 시간대에 송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의 경우 예산 대부분을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분담금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금감원이 집행한 정책홍보 비용은 사실상 민간이 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1월에는 이들 5개 기관에 더해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예탁결제원 등 5개 기관이 금융개혁 홍보를 위한 방송광고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17일 감사원으로부터 민간 금융회사에 비용 분담을 요구하지 말라는 지적을 받은 상태였다.

당시 감사원은 "금융위에서 민간 금융회사에 정부 정책 추진을 위한 비용을 수시로 분담하게 해 경영의 자율성이 제약되고 수익률 저하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시정을 권고했다.

당시 감사원이 낸 시정권고에 따르면 금융위는 2012∼2014년 11억6천500만원의 정책 홍보비용을 민간 금융회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작년엔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금융투자협회 등 4개 금융권 민간협회로부터 8억원을 걷어 금융개혁 홍보를 위한 웹 드라마 제작 등에 활용했다가 국회 정무위원회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무위는 '2015년 금융위 소관 결산 검토 보고서'에서 "정책홍보 비용을 민간이 부담하게 하는 것은 정부가 재정을 통해 수행해야 할 공적 사업의 비용을 민간에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런 일련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의 홍보비 민간 떠넘기기 관행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올해 6월에는 금융위가 시중은행 임원들과 함께하는 회의 자리에서 사잇돌대출 홍보 방안을 논의하면서 당국이 정책 금융상품의 홍보비용을 갹출하기 위해 은행들의 팔을 비트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위는 '홍보비 떠넘기기'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쳤다"는 설명을 반복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 공공기관에 대한 홍보비 지출 요구에 대해 "사전에 협의를 거쳤으며, 금융개혁은 금융 공공기관 업무와 관련된 것이기도 하므로 일방적 떠넘기기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