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까지 넘보는 중국 안방보험…실제 주인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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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업 M&A 행진…각국 당국 실체파악 고민
우샤오후이 회장은 한때 덩샤오핑 손녀사위
고위층 자녀 '태자당'이 설립 멤버로 참여
주요 주주들 우회장 친인척…'차명주주' 의혹
우샤오후이 회장은 한때 덩샤오핑 손녀사위
고위층 자녀 '태자당'이 설립 멤버로 참여
주요 주주들 우회장 친인척…'차명주주' 의혹
최근 2년간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급부상한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한국에서도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2월 동양생명을 1조22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올 4월엔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35억원에 인수했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지난달 25일 한국 금융당국에 신청했다. 우리은행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에선 베일에 가린 안방보험의 지배구조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세계 각국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이 누가 안방보험의 실제 주인인지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민하는 주요국 금융당국
안방보험은 설립 10여년 만에 자산 기준 중국 내 3위 보험사로 급성장했다. 2014년부터 해외 기업 M&A에 300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지배구조를 둘러싼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금융당국은 불투명한 지배구조 탓에 안방보험의 지난해 11월 피델리티앤드개런티 생명보험 인수를 승인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 월가의 한 메이저급 투자은행(IB)은 안방보험 자회사 안방생명보험의 해외상장 주관사 입찰 신청서를 내지 않기로 했다. 안방보험의 지배구조를 자체 분석한 결과 상장 주관 업무를 맡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31개 페이퍼컴퍼니 주주
주요국 금융당국과 글로벌 IB들이 안방보험의 지배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2004년 회사 설립 당시 덩샤오핑(鄧小平) 전 국가주석의 손녀사위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을 비롯해 중국의 혁명원로 천이(陳毅)의 막내아들 천샤오루(陳小魯),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朱雲來) 등 화려한 정계인맥을 지닌 이들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또 2014년 들어 불과 6개월 만에 안방보험의 주요 주주(개인+법인)가 8명에서 39명으로 급증했다. 당시 새로 주주로 등록된 31개 법인 대다수가 ‘투자회사’라는 간판을 내건 정체불명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였다. 이들 31개 주주는 안방보험의 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75억달러를 안방보험에 투입했다. 그 덕분에 안방보험의 자본금 규모는 단숨에 다섯 배로 불어났다. 2014년 지배구조 변경 과정에서는 안방보험의 창립멤버인 우 회장과 그의 아내 덩줘루이(鄧卓芮), 천샤오루 등은 주주명단에서 사라졌다.
◆우 회장 친인척들로 연결
NYT는 안방보험이 미 금융당국에 제출한 각종 서류와 우 회장의 고향 저장성 핑양현에 있는 우 회장의 친인척 및 주변 지인을 대상으로 한 취재 결과, 31개 페이퍼컴퍼니의 주요 주주는 우 회장의 딸을 포함한 친인척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보유한 안방보험의 지분가치는 17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안방보험의 또 다른 주요 주주는 우 회장의 오랜 사업 파트너 중 한 명인 황마오성(黃茂生)이란 인물로 드러났다. 그는 친인척 4명과 더불어 안방보험의 지분 120억달러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NYT는 우 회장이 왜 자신은 주요 주주에서 물러나면서 친인척 및 지인 100여명이 주주로 있는 페이퍼컴퍼니를 주주로 내세웠는지, 그리고 이들이 안방보험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권력층 재산 해외도피 창구?
중국에서 제3자(바이서우타오·흰장갑)를 내세워 기업을 소유하는 것은 흔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으면 각종 정치적 의무가 뒤따르는 데다 부정축재 의혹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각에서는 안방보험이 해외 M&A에 나서는 것은 회사 배후에 있는 중국 권력층의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서라고 의심하고 있다. 2013년 취임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부패 척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자 불안을 느낀 권력층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안방보험의 주주로 올라섰고, 이후 M&A를 통해 자금을 해외로 도피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중국인민해방군 장교는 NYT에 “중국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이 오래갈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그래서 자신들의 돈을 해외로 빼돌리려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김일규 기자 oasis93@hankyung.com
이런 가운데 해외에선 베일에 가린 안방보험의 지배구조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세계 각국 금융당국과 투자자들이 누가 안방보험의 실제 주인인지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민하는 주요국 금융당국
안방보험은 설립 10여년 만에 자산 기준 중국 내 3위 보험사로 급성장했다. 2014년부터 해외 기업 M&A에 300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지배구조를 둘러싼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금융당국은 불투명한 지배구조 탓에 안방보험의 지난해 11월 피델리티앤드개런티 생명보험 인수를 승인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 월가의 한 메이저급 투자은행(IB)은 안방보험 자회사 안방생명보험의 해외상장 주관사 입찰 신청서를 내지 않기로 했다. 안방보험의 지배구조를 자체 분석한 결과 상장 주관 업무를 맡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31개 페이퍼컴퍼니 주주
주요국 금융당국과 글로벌 IB들이 안방보험의 지배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2004년 회사 설립 당시 덩샤오핑(鄧小平) 전 국가주석의 손녀사위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을 비롯해 중국의 혁명원로 천이(陳毅)의 막내아들 천샤오루(陳小魯),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朱雲來) 등 화려한 정계인맥을 지닌 이들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또 2014년 들어 불과 6개월 만에 안방보험의 주요 주주(개인+법인)가 8명에서 39명으로 급증했다. 당시 새로 주주로 등록된 31개 법인 대다수가 ‘투자회사’라는 간판을 내건 정체불명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였다. 이들 31개 주주는 안방보험의 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75억달러를 안방보험에 투입했다. 그 덕분에 안방보험의 자본금 규모는 단숨에 다섯 배로 불어났다. 2014년 지배구조 변경 과정에서는 안방보험의 창립멤버인 우 회장과 그의 아내 덩줘루이(鄧卓芮), 천샤오루 등은 주주명단에서 사라졌다.
◆우 회장 친인척들로 연결
NYT는 안방보험이 미 금융당국에 제출한 각종 서류와 우 회장의 고향 저장성 핑양현에 있는 우 회장의 친인척 및 주변 지인을 대상으로 한 취재 결과, 31개 페이퍼컴퍼니의 주요 주주는 우 회장의 딸을 포함한 친인척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보유한 안방보험의 지분가치는 17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안방보험의 또 다른 주요 주주는 우 회장의 오랜 사업 파트너 중 한 명인 황마오성(黃茂生)이란 인물로 드러났다. 그는 친인척 4명과 더불어 안방보험의 지분 120억달러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NYT는 우 회장이 왜 자신은 주요 주주에서 물러나면서 친인척 및 지인 100여명이 주주로 있는 페이퍼컴퍼니를 주주로 내세웠는지, 그리고 이들이 안방보험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권력층 재산 해외도피 창구?
중국에서 제3자(바이서우타오·흰장갑)를 내세워 기업을 소유하는 것은 흔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으면 각종 정치적 의무가 뒤따르는 데다 부정축재 의혹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각에서는 안방보험이 해외 M&A에 나서는 것은 회사 배후에 있는 중국 권력층의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서라고 의심하고 있다. 2013년 취임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부패 척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자 불안을 느낀 권력층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안방보험의 주주로 올라섰고, 이후 M&A를 통해 자금을 해외로 도피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중국인민해방군 장교는 NYT에 “중국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이 오래갈 것으로 믿지 않는다”며 “그래서 자신들의 돈을 해외로 빼돌리려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김일규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