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사진)은 1일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본인이 이사장을 맡은 서경배 과학재단 설립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재단은 이날 서 회장이 기부한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바탕으로 생명과학 분야 기초 연구 과학자를 지원한다는 운영 계획과 지원 세부 방향을 발표했다.
서 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우선주 등을 순차적으로 매각, 재단에 출연한다. 올해를 시작으로 매해 200억원 상당의 보유 주식을 매각, 투입할 계획이다.
그는 "출연금은 3000억원으로 시작하지만 재단이 향후 50~100년 유지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증액, 향후 1조원 수준으로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재단은 서 회장이 기업활동을 넘어 개인적으로도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했고, 책임감 있는 운영을 위해 사재를 출연했다고 전했다.
이에 서 회장은 고심 끝에 재단명에 본인의 이름을 걸었다. 미국의 빌게이츠 재단, 록펠러 재단을 예로 들며 과학 인재 지원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그는 "재단이 꼭 성공하는 것을 봐야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장기적으로 책임지겠다는 (결심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름을 거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없다"고 재단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재단은 '혁신적 과학자의 위대한 발견을 지원해 인류에 공헌한다'는 목표로 과제 중심이 아닌 과학자 중심의 연구를 지향하는 점이 특징이다. 생명과학 분야의 기초 연구에서 새 연구활동을 개척하고자 하는 국내외 한국인 신진 연구자를 장기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매년 공개 모집을 통해 3~5명을 선발해 각 과제당 5년 기준 최대 2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연구과제의 독창성·파급력·연구역량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해 선발한다.
서 회장은 생명과학 분야 기초 연구에 장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역점을 뒀다.
알버트 아인슈타인과 미국에서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셰일가스 추출법을 개발해 특허를 받은 이성규 오하이오대학 석좌교수 등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시기가 30대였고, 이 교수 역시 셰일가스가 각광받기까지 30년 가까이 걸렸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생명과학의 문을 연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DNA 이중나선구조를 규명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도 모두 30대였고 이론을 완성하고 증명하는 데 또 다른 10~20년이 걸렸다"며 "미국 등 해외에 많은 과학 재단이 한국 사회가 발전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재단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도 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있고 흥미가 깊다는 점을 전했다.
그는 "1991년 회사가 총파업으로 위기를 겪은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중앙연구소를 만드는 작업이었다"며 "가장 어려울 때 했던 일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단이 아모레퍼시픽 사업과는 별도의 순수 과학 재단이란 입장을 강조했다.
서 회장은 "천외유천(天外有天)이란 말이 있듯, 뛰어난 역량을 가진 한국 연구자들이 특이성과 독창성이 발현된 연구영역을 개척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기를 기대한다"며 "이를 통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강화되고 나아가 인류의 삶의 질이 향상되며 세상이 발전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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