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역전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불가리아 이민자 후손으로 군사독재 정권 시절(1964~1985) 반정부 게릴라로 활동하다 3년 가까이 투옥생활을 하기도 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인연을 계기로 천신만고 끝에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2014년 재선에 성공했으나 이번 탄핵 정국은 이겨내지 못했다. 상원의 탄핵 결정으로 브라질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호세프 대통령은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표면적인 탄핵 이유는 국책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나라 경제에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이다. 결정적 화근은 따로 있다. 경제 위기다. 자원 부국 브라질은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유가가 반토막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경기침체를 겪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85%를 기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3.0%다. 국가 재정적자는 GDP의 10%에 달한다. 여기에 브라질 최대 기업인 국영에너지 회사 페트로브라스와 관련한 부패스캔들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이 부각되면서 고립무원 처지가 됐다.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석하지도 못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의 무당함을 알리겠다며 위헌소송을 할 계획이다.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현 상원의원)도 경제난으로 탄핵 압박을 받자 1992년 사임 이후 위헌소송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소송이 수년간 이뤄질 전망인 데다 승소 가능성도 지금으로는 확실치 않아 명예회복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탄핵 결정 이후 룰라 전 대통령이 출마의사를 밝히며 조기 대통령 선거를 주장하고 있으나 미셰유 테메르 부통령이 다음 선거(2018년)까지 권한대행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