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조 이상 필요한 법안만 벌써 17건…돈은 누가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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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고'로 나라 곳간 지키자
재원 대책 빠진 의원법안
기초연금 인상 등 대선용 '간 큰 법안' 봇물
전문가 "선심성 법안이 재정건전성 위협"
더민주 "고소득자·대기업 세금 올리면 된다"
재원 대책 빠진 의원법안
기초연금 인상 등 대선용 '간 큰 법안' 봇물
전문가 "선심성 법안이 재정건전성 위협"
더민주 "고소득자·대기업 세금 올리면 된다"
“생활비도 빠듯한데 통신비마저 버거운 국민들 부담을 덜어드리겠습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이동통신 요금을 소득공제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내세운 입법 취지다. 귀가 솔깃할 만한 이 법은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해당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매년 1조원 이상의 ‘세수 펑크’ 등 부작용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황 의원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평균 세수 감소액이 1조15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황 의원은 “세수 부족이 우려된다면 통신요금을 낮추면 된다”며 “정부는 세수부터 걱정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부터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매년 수조원 드는 ‘통 큰 법안’
9월 정기국회를 앞둔 20대 국회에서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주는 복지·감세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비용추계서가 첨부된 151건을 조사한 결과, 연간 총 52조8540억원의 재정지출 증가 또는 세수 감소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발의된 법안(1677건)의 9%인 151건만 비용추계서를 첨부한 것을 감안하면 ‘입법폭주’로 인한 국가재정 부담은 매우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연평균 1조원 이상의 국가 재정이 필요한 법안이 17건에 달했다. 구직급여를 인상하고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신설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참전명예수당 지급액을 인상하는 ‘참전유공자 예우법 개정안’(이찬열 더민주 의원)은 연 2조원 이상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더민주 총선 공약인 기초연금 10만원 인상(월 20만원→30만원)을 위한 ‘기초연금법 개정안’(전혜숙 더민주 의원)에는 연평균 7조2090억원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이찬열 조정식 박병석 백재현 의원 등이 앞다퉈 각각 대표발의했다. 향후 상임위의 심사단계에서 유사법안을 병합함으로써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연평균 2조원 넘는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된 복지공약 다시 꺼내기도
양승조 더민주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 개정안’은 6세 미만 아동에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신설하는 것으로, 연평균 3조2516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아동수당은 옛 민주당이 19대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학계에서조차 반대가 심해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쏟아내는 ‘통 큰 복지법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복지지출을 그대로 두고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7.9%에서 2060년 94.6%까지 늘어날 것이란 장기 재정전망을 내놨다.
임종훈 홍익대 법대 교수는 “국회 입법에는 재정이 수반되는데 인기 영합주의로 법안을 만들다 보면 국가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자 증세’가 해법?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법안을 쏟아내는 야권은 재원조달 방안으로 이른바 ‘부자 증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더민주는 지난 2일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핵심으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더민주는 이를 통해 매년 15조원 정도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씀씀이가 크면 아무리 벌어도 감당이 안 되지 않느냐”며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제도적 장치부터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원 발의 법안 건수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17대 때 5728건이던 것이 18대 1만1191건, 19대 1만5444건으로 크게 늘었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미 2000건에 육박해 16대 국회의 전체 의원 발의 법안 건수(1651건)를 석 달 만에 넘어섰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이동통신 요금을 소득공제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내세운 입법 취지다. 귀가 솔깃할 만한 이 법은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해당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매년 1조원 이상의 ‘세수 펑크’ 등 부작용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황 의원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평균 세수 감소액이 1조15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황 의원은 “세수 부족이 우려된다면 통신요금을 낮추면 된다”며 “정부는 세수부터 걱정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부터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매년 수조원 드는 ‘통 큰 법안’
9월 정기국회를 앞둔 20대 국회에서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주는 복지·감세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중 비용추계서가 첨부된 151건을 조사한 결과, 연간 총 52조8540억원의 재정지출 증가 또는 세수 감소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발의된 법안(1677건)의 9%인 151건만 비용추계서를 첨부한 것을 감안하면 ‘입법폭주’로 인한 국가재정 부담은 매우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연평균 1조원 이상의 국가 재정이 필요한 법안이 17건에 달했다. 구직급여를 인상하고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신설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참전명예수당 지급액을 인상하는 ‘참전유공자 예우법 개정안’(이찬열 더민주 의원)은 연 2조원 이상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더민주 총선 공약인 기초연금 10만원 인상(월 20만원→30만원)을 위한 ‘기초연금법 개정안’(전혜숙 더민주 의원)에는 연평균 7조2090억원이 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이찬열 조정식 박병석 백재현 의원 등이 앞다퉈 각각 대표발의했다. 향후 상임위의 심사단계에서 유사법안을 병합함으로써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연평균 2조원 넘는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된 복지공약 다시 꺼내기도
양승조 더민주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 개정안’은 6세 미만 아동에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신설하는 것으로, 연평균 3조2516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아동수당은 옛 민주당이 19대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학계에서조차 반대가 심해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쏟아내는 ‘통 큰 복지법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복지지출을 그대로 두고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7.9%에서 2060년 94.6%까지 늘어날 것이란 장기 재정전망을 내놨다.
임종훈 홍익대 법대 교수는 “국회 입법에는 재정이 수반되는데 인기 영합주의로 법안을 만들다 보면 국가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자 증세’가 해법?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법안을 쏟아내는 야권은 재원조달 방안으로 이른바 ‘부자 증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더민주는 지난 2일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핵심으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더민주는 이를 통해 매년 15조원 정도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씀씀이가 크면 아무리 벌어도 감당이 안 되지 않느냐”며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제도적 장치부터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원 발의 법안 건수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17대 때 5728건이던 것이 18대 1만1191건, 19대 1만5444건으로 크게 늘었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미 2000건에 육박해 16대 국회의 전체 의원 발의 법안 건수(1651건)를 석 달 만에 넘어섰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